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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들 뜻 모를 ‘콩글리시’ 이름 남발…. 원어민들은 갸우뚱

럭셔리함 강조하겠다고 영어 쓰더니 이제는 뜻 모를 합성어까지….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개포주공2단지 조합원 A씨는 최근 아파트 이름 투표 안내장을 보고 기가 찼다. 

‘럭스티지,’ ‘트리스티지,’ ‘포레스티지’ 등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제안한 이름들이 하나같이 뜻을 알 수 없는 ‘콩글리시’ 이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럭스티지는 럭셔리(Luxury)와 ‘위신•명예’라는 뜻의 프레스티지(Prestige)의 합성어이고, 트리스티지는 ‘삼위일체’라는 트리니티(Trinity)와 프레스티지의 합성어였다.

A씨는 “좋은 뜻의 영어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것이 고급스럽다는 발상 자체가 촌스럽다”라며 “이런 콩글리시 이름은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남의 아파트 전경 (코리아헤럴드 파일)
강남의 아파트 전경 (코리아헤럴드 파일)

브랜드와 이름에 따라 집값이 움직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건설사들은 이름 짓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한 브랜드도 많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고급스러움만 강조하려다 보니 정체불명의 이름들이 남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GS건설의 대표 브랜드 자이(Xi)는 ‘각별한•특별한’(Extra)과 ‘지성’(Intelligent)을 합쳐 직역하면 ‘특별한 지성’이란 뜻이다. 송파구 잠실에 있는 리센츠(Ricenz)는 ‘River’(강), ‘Center’(중심), ‘Zenith’(최고)를 합성한 것으로 ‘한강의 중심에 있는 최고 아파트’라는 뜻이다. 도곡동 렉슬아파트는 ‘럭셔리’(Luxury)와 ‘성’(Castle)을 합친 단어다.

서초 우성2차 재건축 브랜드인 삼성물산의 래미안 에스티지S (S-tige S) 경우, ‘서초’(Seocho), ‘강남’(South), ‘삼성타운’(Samsung Town), ‘빛나는’(Star) 등을 나타내는 S와 ‘프레스티지(Prestige)’를 합성한 것이고 여기에 ‘굉장한(Super)’ ‘특별한(Special)’ ‘똑똑한(Smart)’이라는 의미로 S를 한 번 더 붙였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이 지은 잠실 엘스 (LLL’s)는 ‘생활을 즐기고’의 ‘Living’, ‘ 문화를 사랑하며’의 ‘Loving’, ‘시대를 리드하는’의 ‘Leading’ 등의 앞자 L을 합친 것으로 영문표기도 어색하고 발음도 쉽지 않다.

온갖 좋은 의미를 이름에 담으려다 무리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김포 풍무5지구에 있는 한화건설의 ‘한화 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이다. 건설사 브랜드를 강조하는 ‘한화’와 자연 친화적인 삶을 나타내는 ‘꿈에그린월드’, 유럽풍의 이국적인 타운이라는 ‘유로’ 그리고 역세권을 강조한 ‘메트로’를 합쳐 무려 13자에 이른다.

요즘 아파트 이름이 길고 복잡한 이유가 시부모님 못 찾아오시게 하기 위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도 이름을 매번 찾아봐야 할 정도다.

이 아파트 이름들을 살펴본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미국인 B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고급스러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아파트 이름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실제 미국에서는 ‘레이크(Lake)’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집값이 오른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전문사이트 질로에 따르면 ‘레이크’라는 거리명이 있는 주택이 미국 평균 주택값보다 16%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고 ‘썬셋(Sunset),’ ‘리버(River),’ ‘파크(Park)’ 등의 순으로 주택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헤럴드 석지현 기자 (monicasuk@heraldcorp.com)


<관련 영문 기사>

'Konglish’ floods into apartment brand names 

Jason Yu, who owns an apartment unit in Gangnam, Seoul, was confused when he recently received a letter about an upcoming vote on the name of his apartment to undergo reconstruction.

”I was baffled to see a list of Konglish names including ‘Luxtige,’ ‘Blesstige,’ ‘Tristige’ and ‘Forestige,’” Yu said. Konglish is a term coined by Koreans through combinations of English words or applying a new meaning for the usage of a common English word. “Handphone,” for “cell phone,” is one common example.

The letter was sent by the developer, mainly composed of the union of apartment home owners and the builder Samsung C&T.

Luxtige is a combination of “luxury” and “prestige,” intended to exude the apartment’s upscale, high-end image. The rest mix the word “prestige” with “bless,” “trinity,” and “forest.”

“The target residents and buyers of the apartment have high intellectual level,” the builder explained in the letter, adding that the proposed names will help enhance its luxurious, premium brand image.

Yu, however, said this rather makes the name difficult to remember and doesn’t appeal to younger generations, who will become the main consumers of apartments in the future.

Local builders, including GS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and Hyundai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have long appealed to consumers with their own brands like Raemian, Xi, i-Park and Hillstate, also sometimes including names of posh towns like Gangnam.

GS’ Xi in Banpo, one of the highest priced apartment complexes in Seoul, has become the epitome of an upscale apartment with its name including the name of the expensive area and Xi -- a combination of “extra” and “intelligence” -- adding to that high-class image.

The Ricenz apartment in Jamsil, Seoul, stands for “River,” “Center” and “Zenith,” meaning it is the best apartment located by the center of the Hangang River.

“Names that sound complicated and yet have a luxurious image have always appealed to those in their 50s and 60s, who are the leading consumers of apartments here,” Park Hee-kyong, a real estate agent in Seocho, Seoul, said.

Some apartment names have up to 13 syllables in Korean.

Hanwha Construction and Engineering’s “Hanwha Dream Green World Euro Metro” in Gimpo, Gyeonggi Province, was named to explain the complex’s environmentally friendly features, exotic design and European-style atmosphere, and that it’s located near a subway.

“Some say jokingly that the names are getting longer and more complicated to make female residents’ mother-in-laws have difficulty in finding the apartments and barging into their home,” the real estate agent said.

“But such names have proved that they play a vital role in influencing the consumer purchase decision in Korea, and the trend is likely to continue,” she added.

By Suk Gee-hyun (monica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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