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인 직장인 이모(32)씨는 매월 말일 남편의 월급통장에서 용돈 조로 130만원을 남편과 시부모 계좌로 자동이체한다.
이씨는 그때마다 '납부자 자동이체' 서비스를 이용한다.
납부자 자동이체는 고객이 이체를 예약한 날 하루 전에 출금해 이튿날 송금하는 서비스다.
|
(연합) |
출금과 송금 사이의 시차로 고객 입장에선 하루치 이자를 손해보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제도 개선을 지시했고, 각 은행은 올 2월부터 납부 지정일에 '당일 출금·당일 입금'하는 '타행 자동이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새롭게 자동이체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들은 자동으로 '당일 출금·당일 입금'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기존 고객은 변경신청을 해야만 '타행 자동이체'로 갈아탈 수 있다.
지난 4월 말쯤 이씨 남편은 거래은행으로부터 '당일 출금 후 당일 이체를 원하는 고객은 타행 자동이체로 신규 가입하라'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한 차례 받았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알쏭달쏭한 그 메시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지나쳤다.
결과적으로 이씨의 경우 새 서비스 도입 직후인 2월 말부터 3개월간 매달 130만원의 하루치 이자를 날린 셈이 됐다.
은행들은 서비스를 변경하려면 이용자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존 자동이체를 일괄적으로 타행 자동이체로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새 서비스가 시작된 지 4개월가량 지났음에도 고객들의 무관심으로, 혹은 은행의 홍보 부족으로 갈아타는 사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외환·농협·기업 등 7대 은행의 전체 자동이체 가입 369만 건 가운데 '하루 전 출금'이 적용되는 납부자 자동이체는 288만 건으로, 여전히 78%에 이른다.
2005년부터 '당일 출금·당일 입금' 방식의 타행 자동이체 서비스를 제공해 '모범사례'로 꼽히는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납부자 자동이체 비중은 84%까지 올라간다.
이는 하루치 이자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가 아니다보니 타행 자동이체로 바꾸는 것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지정된 날 입금되는 것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영업점에서 안내해도 '그냥 두라'고 반응하는 일이 많다"며 "메시지 수신을 거부하고 영업점도 잘 찾지 않는 고객에까지 알리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별로 홍보 방식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한·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통장이나 순번대기표에 시행 사실을 인쇄해 알렸다.
국민은행은 기존 납부자 자동이체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내 안내했다.
이 밖에 홈페이지나 영업점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데 그치는 사례가 많았고, 아예 홍보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씨는 "남편 스마트폰으로 안내 문자메시지를 한번 받았지만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하루치 이자가 큰 건 아니지만 은행측이 소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