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겉보기보다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는 건 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돼지의 지능은 IQ(지능지수)가 보통 60인 개보다 높은 75∼85 정도로,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돼지가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
돼지가 프랑스 파리 동물원에서 도구로 땅을 파는 모습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 유튜브 캡처) |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프랑스 연구팀은 멸종 위기종인 '비사얀워티피그'라는 품종의 돼지가 나뭇가지 등의 도구를 이용해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해 과학저널 '포유류 생물학'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생태학자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이 돼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파리 동물원을 방문한 그는 '프리실라'라는 이름의 성체 비사얀워터피그가 코로 땅을 파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처음에는 코만 쓰던 이 돼지가 갑자기 가로 10㎝, 세로 40㎝ 정도 되는 나무껍질을 물더니 땅을 파고 흙을 "꽤 빠르고 힘차게" 파내 옮기는 것이었다.
비사얀워티피그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 [메러디스 루트번스타인 유튜브 영상] 유튜브로 보기
마치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을 보고 루트번스타인은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영장류와는 달리 손가락이 없는 돼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고,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것도 전에 관측된 바 없었던 까닭이다.
흥미를 몹시 느낀 그는 연구팀을 꾸려 3년간 이 동물원을 오가며 돼지들을 면밀히 지켜봤다.
연구팀의 관찰 결과 그 우리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건 프리실라뿐만이 아니었다.
2016년에는 프리실라와 암컷 새끼들이 나뭇가지를 물고 노를 젓는 것처럼 움직여 땅을 파며 보금자리를 만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듬해인 2017년 프리실라는 나뭇가지를 물고 7차례나 땅을 파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연구팀은 돼지들이 나뭇가지로 땅을 파는 것이 발굽이나 코로 파는 것보다 덜 효율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돼지들의 이런 행동이 효율성을 떠나 그저 도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하는 행동일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연구팀은 돼지들이 왜 도구를 쓰는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려 자연스럽게 시작된 행동이라거나, 도구를 쓰는 행동이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유가 어떻든 연구진은 인간처럼 가족 단위로 함께 사는 비사얀워터피그 가족이 서로의 행동을 보고 도구 사용법을 배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트번스타인은 "우리는 인간만이 주변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동물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