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을 개시한다.
한진해운의 힘겨운 구조조정은 이로써 첫 발걸음을 떼게 됐다.
산업은행 등 7개 채권금융기관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통과시켰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고자 대출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공동관리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보다 한 단계 낮은 단계의 구조조정 방식으로 꼽힌다.
자율협약에 따라 채권단은 3개월간 원리금과 이자 회수를 유예하고,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채무재조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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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가 자료 보완 요구를 받고,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비판에 직면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데 진통을 겪어 왔다.
지난주에는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참가했던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채권단에서는 빠지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한진해운 역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날 가결된 자율협약은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과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하고 해운동맹에도 잔류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런 조건이 붙는 것은, 한진해운이 가장 높은 수준 구조조정인 법정관리로 진행해야 하는 것을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5조6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협약채권액 비중이 낮으면 통상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복잡한 구조의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조건부 자율협약은 가결됐지만,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이제 가장 쉬운 첫 관문을 통과한 정도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진해운은 이르면 내주부터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19일께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의 조건을 충족하기 전에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용선료 협상 역시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2∼3개월 이내에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