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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습기살균제 우려'…생활용품 불신 증폭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 사이에서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수백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이상 판매되는 동안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었듯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각종 화학성 생활용품도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살생물제(원하지 않는 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한 제조물로 각종 항균·방균제가 해당됨)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이미 방향제, 방충제, 세정제 등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연합)
4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4월 27일∼5월 3일) 방충제 매출은 13% 감소했고 방향제 매출은 10% 줄었다. 탈취제와 제습제 매출도 각각 13%, 46% 감소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최근 보름여 간(4월 18일∼5월 3일)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15%, 16.8% 급감했다. 제습제 매출은 4.6% 줄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도 최근 일주일간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28%, 5% 감소했다. 세정제 매출은 13% 줄었다.

소비자들은 화학 물질이 들어간 생활용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박재금(57) 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화장실 청소할 때 쓰는 세정제도 사용하기 꺼려진다"며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할 때는 환풍기를 계속 돌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허모(59) 씨는 "평소 다림질할 때 다림질 보조제를 자주 썼는데 앞으로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차량용 방향제도 스프레이형은 아니지만 당장 없애버리고 집에서 피우는 향초 같은 제품도 노파심에 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화학성 세제 대신 천연 세제를 이용하거나 물티슈 대신 가제 수건을 사용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 살 아이를 키우는 김민주(32) 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에는 모든 용품을 못 믿게 됐다"며 "아이 기관지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습기를 쓰고 있는데, 세척할 때는 살균제를 쓰지 않고 베이킹소다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3살 미만의 두 아이를 둔 최정인(32) 씨는 "모기퇴치제나 헤어스프레이같은 분사형 제품은 앞으로 가급적 안 쓰려고 한다"며 "얼마 전 인터넷에서 산 베이킹소다 등 천연세정제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 심리를 반영해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는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 등 천연세제 3종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적절히 활용하면 기존 세정제, 탈취제를 대체할 수 있는 100% 천연세제로 알려져 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는 일단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소비자 심리가 매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애경 관계자는 "정부의 안전규정을 준수하며 최대한 유해성분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다보니 앞으로 매출 추이가 어떻게 될 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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