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티몬·위메프 등 3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지난해 8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생존' 자체가 의심받고 있지만, 이들은 수익성 개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여전히 매출 등 외형 순위 싸움에만 집착하고 있다.
매출과 접속자 수 등 외형 지표가 "이만큼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며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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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쿠팡·티몬·위메프 3사가 발표한 매출 규모는 각각 1조1천337억5천만원, 1천959억원, 2천165억원이었다. 이 기준으로만 보자면 소셜커머스 3개사의 순위는 쿠팡, 위메프, 티몬 순이다.
하지만 티몬은 당장 위메프의 매출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티몬이나 쿠팡은 모두 '할인 쿠폰' 적용 금액만큼을 빼고 매출을 잡지만, 위메프는 '업계 2위' 지위를 노리고 쿠폰액을 모두 포함시켜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 업체의 직접 판매 상품이 아닌 위탁 판매 상품의 경우, 1만원의 상품을 1천원의 쿠폰을 적용해 9천원에 팔고 위탁판매 의뢰 판매자로부터 2천원의 수수료를 받았다면 티몬과 쿠팡은 수수료 매출로 1천원(수수료 2천원-쿠폰액 1천원)을 계상한다. 하지만 위메프의 경우 쿠폰액을 차감하지 않고 2천원을 그대로 수수료 매출로 잡았다는 게 티몬의 분석이다.
매출을 과대 계상하는 대신 그만큼을 다시 판매촉진비·광고선전비·수수료매출원가 등의 항목에 포함시켜 전체 손익을 맞춘다는 설명으로, 이 경우 손익에는 변함이 없지만 비용과 동시에 기업 외형 지표인 매출도 함께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티몬은 위메프가 부풀린 작년 매출액을 약 500억원으로 추정하고, 이 같은 추정의 근거로 티몬·쿠팡보다 너무 큰 위메프의 판매촉진비·광고선전비(1천억원)와 35%나 늘어난 수수료 매출원가(940억원)를 들고 있다.
실제로 위메프는 지난해 4월 2014년도 매출을 비슷한 방식으로 600억원 정도 불렸다가 정정 공시(1천843억→1천259억원)를 통해 바로잡은 '전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위메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과대 계상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올해의 경우 회계규정을 정확히 준수했다"며 "매출이나 비용 어느 항목에도 쿠폰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전자상거래 업계 첫 매출 1조 돌파' 홍보 역시 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방식 전자상거래업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쿠팡은 14일 실적 발표와 함께 "지난해 1조1천337억5천만원의 매출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로서는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기존 국내 1위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작년 매출 8천억원을 넘어섰다는 주장이지만, 여기에는 직접 비교가 애매한 부분도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의 경우, 작년 기준 한 해 거래액이 11조~12조원에 이르지만 거래액의 평균 7~8% 수준인 수수료만을 합한 총액을 매출로 집계한다. 이에 비해 쿠팡은 직접 매입한 상품 판매대금을 모두 매출로 잡기 때문에 거래액의 상당 부분이 그대로 매출로 잡힌다. 쿠팡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직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이처럼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업계 외형 순위에 집착하는 이유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소셜커머스 업계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 그 업계 내에서도 매출 순위가 3위에 불과하다면 누가 투자를 하려고 나서겠나"고 반문하면서 "업체로서는 '현재 수 천억원의 적자지만 우리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니 기업 가치가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매출 등 외형이라도 키워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정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부분은 매출 순위가 아니라 한계 상황에 이른 '수익성'이라는 지적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쿠팡·티몬·위메프 소셜커머스 3개 회사가 공시를 통해 직접 밝힌 작년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5천470억원, 1천452억원, 1천424억원으로 모두 8천346억원에 이른다. 앞서 2014년 이들 업체의 총 손실액(1천751억원)과 비교해 1년 사이 적자 폭이 네 배 이상으로 불었다.
더구나 업계 1위인 쿠팡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만 봐도 0.1%대에 불과할만큼 이들 소셜커머스의 수익성은 한 마디로 '최악' 수준이다.
쿠팡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위탁 판매에 따른 '수수료 매출'이 아닌 직접 매입을 통한 '상품 매출'이 총 9천903억8천886만원, 상품 매출 원가가 9천890억8천297만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품매출총이익(상품매출-상품매출원가)은 13억589만원, 마진율(상품매출총이익/상품매출×100)이 고작 0.13%인 셈이다.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할인 쿠폰 등을 통한 가격 인하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당분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며 "서로 상대 회사 유동성과 자금력이 바닥 나서 시장에서 도태되기를 기다리는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