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시사교양지 '뉴요커'가 한국 문학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다룬 칼럼을 실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문학 평론가 마이틸리 라오(Mythili Rao)는 28일(현지시간) 뉴요커 온라인판에 '한국 작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라오는 뉴욕타임스·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 문학 칼럼을 기고하는 평론가로,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테이크 어웨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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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라오는 한국은 식자율이 98%에 달하고, 연간 4만 권의 책이 출간되는 국가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명에 불과하다며 국민들 사이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염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은 시인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던 그가 정치, 종교, 자연 등 다양한 시를 썼다고 소개했다. 또 매년 해외 도박사이트로부터 유력 후보로 점쳐져 한국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능한 유일한 작가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한국에서는 특히 인기있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됐다. 라오는 동국대 교수인 찰스 몽고메리 교수의 말을 빌려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좋아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이 나이 많은 남성 작가이고, 이상을 위해 싸운 정치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그를 대체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라오는 고은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여기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고은 시인의 작품을 주로 번역했던 안선재(Brother Anthony) 서강대 명예교수가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고은과 노벨상을 묻는 국내외 언론의 질문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한국의 유명 소설가 정이현은 한 방송국 기자로부터 고은 시인이 상을 받은 것처럼 미리 축하메시지를 찍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라오에 따르면 정 작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지만 노벨상을 탈 작품을 써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해 죄책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문학이나 독서를 회피하면서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한국 국민의 문제도 지적됐다.
라오는 신경숙과 김영하, 그리고 황선미 작가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해 큰 성공을 거둔 KL 매니지먼트의 조셉 리의 말을 들었다.
조셉 리는 "한국인들은 문학에 관심이 적다"며 "노벨상에 관심을 두기 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상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칼럼은 한국문학번역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문학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점적으로 다뤘다.
라오는 한국문학번역원은 전문번역가 양성교육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작품 전체의 번역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는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은 해외 출판 관계자에게 국내 작가를 소개하고, 보다 원활한 해외 출판을 위해 현지 출판사 건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문학을 세계화하려는 노력은 결국 정부의 지원에 달렸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도 이러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