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제조업 경쟁력 회복 못해…올해 전망 불투명
정부 총력 지원체계 가동…업계 애로 해소·신시장 진출 촉진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올해 1월 6년5개월 만에 최대치로 떨어지면서 구조적 침체를 넘어 저성장 고착화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좀처럼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이 조기에 탄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한 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0% 감소하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2월(-3.3%), 3월(-4.6%), 4월(-8.0%)로 감소폭이 커졌다. 급기야 5월에는 -11.0%를 기록하며 두자릿수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8월(-15.2%), 10월(-16.0%), 12월(-14.1%) 등 4차례나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입도 동반 하락하면서 결국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오던 교역 1조 달러 달성도 무산됐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올해 들어 더욱 심화했으며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수출 감소율 18.5%는 지난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유가 급락과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상당수 수출 주력 품목은 경쟁력 자체가 약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만 1월 실적만 놓고 단정 짓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더 주시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의 시장 상황 자체가 애초 예상보다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계속 떨어졌던 유가 하락세는 전문가의 기대와 달리 올해 들어서 오히려 더 추락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미국도 지난해 4분기 들어서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올해 각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인호 실장은 "작년 후반 올해 수출을 전망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대외 여건에 큰 차이가 있다"며 "올해 수출 회복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내리는 것도 문제다. 원자재, 부품 등을 수입해서 재가공한 뒤 수출해야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수출 동력 자체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수입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간 조금씩 늘어나던 수입물량도 1월에는 -1.9%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수입 감소율은 -16.9%로 수출 감소율 -7.9%보다 훨씬 컸다.
이 실장은 "수입액 감소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 단가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 여건이 절박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수출 부진 타개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수출 점검체계를 상시 운영하고 매월 범부처 민관합동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어 업계의 애로 사항을 빠르게 해결할 방침이다. 주력 품목의 신시장 진출 지원 및 소비재 산업 육성 종합 대책을 마련해 품목별 수출 확대도 꾀한다.
2월말 한·이란 경제공동위, 한·중 자유무역협정 활용 및 비관세작업반 가동(2월 내), 5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 재개 등 신시장 진출을 촉진한다.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가속화,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수출 저변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