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산 44%가 영남권 집중…시도 중 대구 가장 많아
2012∼2015회계연도 국회 예결특위 심사과정 분석 한국외대 박사논문
매년 국회 예산심의 막판에 끼어드는 이른바 '쪽지예산'은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사업보다 특정기관 등 이익집단에 배 이상 더 편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로 영남권이 쪽지 예산을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가져간다는 것도 통계로 확인됐다.
3일 한국외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배석주(45)씨는 박사학위 논문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의 쪽지 예산에 관한 연구'에서 2012∼2015회계연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심사과정의 쪽지 예산을 분석했다.
논문은 쪽지 예산을 ▲도서관 건설 등 특정 지역 불특정 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지역예산' ▲국립대 시설확충 등 특정 기관의 소수 집단에 이득을 주는 '기관예산' ▲국가장학금 지원 등 전국에 적용되는 '전국예산'으로 분류했다.
4년간 쪽지예산 4조1천억여원 중 지역예산은 6천870억여원(16.75%), 기관예산은 1조2천938억여원(31.55%), 전국예산은 2조1천204억여원(51.70%)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전체 1천329건 중 지역예산은 428건(32.20%), 기관예산은 776건(58.39%), 전국예산은 125건(9.4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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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논문은 전국예산의 건수가 적지만 액수는 많은 것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관예산은 지역예산보다 건수나 금액이 각각 배 가량 많았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지역 주민을 위한 예산보다는 힘있는 기관이나 이익집단의 예산 확보에 더 주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쪽지예산을 17개 시·도 관련 예산으로 추리면 817건에 1조2천539억원이었다.
이 중 영남권이 5천478억여원(348건)으로 43.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수도권 2천521억원(180건, 20.1%), 충청권 2천483억여원(135건, 19.8%), 호남권 2천57억여원(166건, 16.4%) 등 순이었다.
논문은 "영남권이 인구가 집중돼 예산을 많이 배정받을 것이라고 봐도 수도권에 비해서도 배 이상 많다는 것은 집권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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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시·도별로 보면 대구광역시가 76건에 1천654억원으로 전체의 13.2%를 차지해 1위를 달렸다.
경기도 1천425억원(95건·11.4%), 경북 1천229억원(107건·9.8%)이 각각 2, 3위로 뒤따랐고 충북 925억원(40건·7.4%), 전남 876억원(74건·7.0%)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집권당의 힘은 정당으로 돌아가는 쪽지 예산을 살펴봤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새누리당(한나라당)은 517건에 7천922억여원(65.1%)의 정당혜택예산(정당에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을 확보했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통합당·민주당)은 246건에 3천450억여원(28.35%)였다.
논문은 "투명하지 않은 예산이 어느 순간 확정돼 정책이 시행되면 하루 1회 운항할까 말까 한 지방공항, 아무도 다니지 않는 교량이 건설되는 등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배씨는 조순형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논문은 한국외대 '우수박사학위논문'으로 선정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