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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단죄해야' 94세 아우슈비츠 경비 법정에 세운 독일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 정권의 대규모 유대인 학살이 벌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일했던 90대 노인이 재판대에 오른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유대인 학살에 공조한 혐의로 독일 도르트문트 검찰에 기소된 아우슈비츠 경비병 출신 라인홀트 한닝(94)에 대한 재판이 이날 독일 북서부 도시 데트몰트에서 시작된다.
(Yonhap)
(Yonhap)

검찰은 한닝이 18세에 자발적으로 나치 친위대(SS)에 가입, 20세인 1942년부터 1944년 6월까지 아우슈비츠에서 일하면서 최소 17만명의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수용된 유대인들 가운데 노동 가능한 인원과 가스실로 보낼 인원을 구분하는 일, 수용소 내에서 주기적으로 이뤄지던 대규모 총살, 수용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굶기기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한닝의 지위는 경비병이지만 그는 수감자들 학살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요 가해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닝은 아우슈비츠에서 일한 사실은 시인했지만 유대인 학살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한닝은 3∼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고령의 나이와 항소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형을 살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그의 재판은 올해 예정된 고령의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법정 공방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는다. 로이터통신은 한닝을 포함해 남성 3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4명의 나치 관련자들이 앞으로 수개월 안에 재판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의무병으로 일하며 모두 3천681명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후베르트 자프케(95)의 재판이 내달 29일 시작되고, 또 다른 아우슈비츠 경비병 에른스트 레멜(93)에 대한 재판은 오는 4월로 예정돼 있다.

비슷한 재판이 연달아 열리는 것은 독일 당국이 나치에 부역하거나 동조한 이들이 사망하기 전에 처벌한다는 방침에 따라 관련 사법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아우슈비츠 장부 관리인'으로 불리던 나치 친위대원 출신 오스카 그뢰닝(95)이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대부분 90대 고령이어서 공판 일정이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되는 등 제약사항이 많아 재판이 원활히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닝을 고소한 38명의 다국적 고소인단에 참여한 아우슈비츠 생존자 저스틴 손더(90)는 "이 재판이 40∼50년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건 맞지만 당시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직시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결코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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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