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며 "한중관계 파괴"라는 비외교적 언사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신출귀몰한 모습을 연출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외교부는 24일 오후 추 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초치는 '사람을 불러서 오게한다'는 의미이지만 주로 외교적 상대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는 오후 4시께부터 약 40~50분간 외교부 청사 18층에서 추 대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 대사는 이 과정에서 전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외교부가 초치 사실을 추 대사가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난 뒤에 기자들에게 공지했기 때문이다.
추 대사는 외교부 청사를 드나들면서 통상의 출입구인 정문과 2층 로비를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문을 닫아두는 외교부 샛문을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직행,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 접견실로 직행한 뒤 돌아갈 때는 같은 통로를 역순으로 이동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는 잦은 과거사 갈등 때문에 연례행사처럼 있었던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에 대한 초치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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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물론,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일본 대사를 초치할 때도 언론에 사전에 공지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면담 앞부분은 공개까지 했었다.
추 대사의 비외교적 언사에 대해서는 초치라는 형식을 통해서 항의하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향후 한중관계를 염두에 두고 추 대사의 '체면'을 세워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의 수위 조절은 추 대사 초치후 나온 외교부의 입장에서도 묻어났다.
외교부는 "추 대사를 초치해 더불어민주당 방문시 (발언에 대한) 보도 내용에 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적 항의의 뜻이 담긴 초치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초치 후 면담 결과에서는 '항의'라는 표현을 담지 않았다.
정부 내부에서는 추 대사의 '한중관계 파괴' 표현이 본국의 훈령 기조를 넘어선 발언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편으로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에 대한 중국측의 초치 형식과 형평을 맞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측은 지난 7일 한미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 착수 결정과 관련해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이 김 대사를 초치한 것과 관련, 비공개로 초치한 후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공개했다.
사드를 둘러싼 한중간 이견에다 추 대사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한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측에서도 양국간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 나왔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일부 한국기자들과 따로 만나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추 대사가 중국 측의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추 대사가 정확히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 '훼손'이나 '파괴'란 단어를 직접 썼는지에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