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째 계속되자 속을 더욱 끓이는 듯한 분위기다.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파견법 등 노동개혁 4법의 처리 역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기록경쟁의 선거운동"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야가 극심한 진통 끝에 이견을 좁혀온 테러방지법을 야당이 총선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야당은 국민안전보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인데, 완전히 희화화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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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청와대는 2월 임시국회가 3월10일까지 이지만,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이 처리되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더욱 다급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충분히 재미를 봤다고 할 즈음에 손 털고 국회에서 빠져나가 선거현장으로 달려나갈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선거 당선의 욕망에만 사로잡혀 국민 안전을 돌보지 않는 상황을 제어할 방법은 국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연국 대변인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등을 겨냥해 "테러위협에 노출된 국민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 지연에 대해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손날로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 전날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서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돼야 센터도 안전하다"며 재차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현 상황에서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데 갑갑해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시간만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쪽에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고, 다른 쪽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이 마련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달나라에 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야간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선거법 처리를 위해선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법 처리 상황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