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듯 20대 총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청년실업 해소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청년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지역 전문가임을 강조하는 '지역구 맞춤형' 일자리 공약부터 입법이나 제도 개선 등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큰 대책까지 각양각색 공약을 내세워 '젊은 표' 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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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 '내가 지역 전문가'…지역구 특성 고려한 공약들
청년실업 문제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예비후보 가운데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의 산업적 특성 등을 고려해 나름대로 '연구'를 한 이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행수(대전 중구) 예비후보는 대전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데 주목했다. 생산율은 전국 하위권이지만 소득수준은 상위권에 속하는 구조에서 청년 일자리의 활로를 어떻게 뚫어야 할지 고민했다.
송 예비후보는 "대전이 대기업을 유치해 제조업을 늘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기업보다 대덕연구단지와 연관성이 있는 '강소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누리당 민병주(대전 유성구갑) 예비후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유성구에 있는 일반 대학에까지 확대, 지역구 청년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역구 출신임을 강조한 새누리당 이양수(강원 속초·고성·양양) 예비후보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세계적 '명품 관광도시'를 건설하고, 건설과 항만·물류·가공산업이 집약된 클러스터를 조성해 '수산물 가공산업 건설도시'로 성장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성호(경남 창원 의창) 의원은 경선에서는 탈락했으나 청년 취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창원 청년 직업제작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이를 창원공단 기업과 연계해 '1사 1청년 더 채용', '청년 최고경영자(CEO) 양성 지원 펀드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더민주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내년 말까지 52만5천㎡ 규모로 조성 예정인 서운산업단지를 약 6배인 330㎡ 규모로 확대, '계양테크노밸리'를 만들어 일자리 2만개를 창출한다는 대형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난관이 많아 사업 추진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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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수당' 법제화, '사병 전역자 퇴직금'…큰 공약도 다채
청년 일자리 문제는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적 과제이므로 법령을 만들거나 고치고 제도를 손보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러 후보는 지역구 차원을 넘어 원내에서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추진할 큰 공약을 들고 나왔다.
현역 의원인 더민주 노웅래(서울 마포갑) 예비후보는 "경기 성남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조례를 근거로 시행하는 청년수당의 근거 조항을 청년고용촉진법에 명문화해 중앙-지방정부가 서로 협조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실업과 더불어 은퇴한 세대의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 만큼 청년과 은퇴자의 공동 창업 지원을 법제화한다는 공약도 마련했다. 노인 인턴과 젊은 CEO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턴'을 보다 떠올린 공약이라고 한다.
역시 현역인 정의당 박원석(경기 수원정) 예비후보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매년 정원의 5% 이상을 청년들로 정규직 채용해 연간 청년 일자리 23만개를 창출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청년들의 생애 최초 소득에 연간 세금 100만원을 감면하는 '파이팅 세액공제', 구직에 적극 나서는 미취업 청년에게 월 최대 50만원·연 최대 54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디딤돌급여' 도입도 약속했다.
더민주 임동욱(울산 남구을) 예비후보는 "정당과 관계없이 총선에 출마한 청년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청년 문제를 해결할 정책 회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국 청년후보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국민의당 김인원(서울 성북을) 예비후보는 사병 전역자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군인연금법을 개정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방위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에게는 취업 준비금으로, 복학하는 대학생들에게는 등록금으로 쓰이게 하자는 제안이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새누리당 정규헌(경남 창원 마산합포) 예비후보는 최대 1천만원까지 청년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청년창업은행' 설립, 중소기업 취업 장려금 500만원 지원, 공공부문 일자리 4%의 청년고용 의무화 등 공약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후보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 등 구체적 실현 방안 없이 막연한 목표만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청년 유권자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