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제거작업을 한 곳에서 각종 지뢰가 무더기로 발견돼 주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뢰 제거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군 모 부대는 지난해 강원 철원군 근남면 '동서 녹색평화도로 확장 공사'와 관련해 미확인 지뢰가 묻혀 있는 일명 '지뢰 고개' 일원의 제거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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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이 부대는 당시 지뢰 폭발에 대비해 방탄 굴착기를 이용, 2개월에 걸쳐 지뢰 고개 일원에 묻힌 각종 지뢰를 제거했다.
하지만 지뢰 탐지가 끝난 곳에서 나온 흙을 인근 농지로 옮기던 덤프트럭 운전자 한 모(40) 씨는 지난해 11월 대전차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갑자기 터지면서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폭발 사고가 나기 전 현장에서는 대전차 지뢰 2발과 대인지뢰 1발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지뢰제거가 허술하게 이뤄졌을 의혹이 제기됐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군 당국은 부실 지뢰제거 의혹이 제기되자 올해는 다른 군부대를 투입해 탐지 작업을 한 결과 대전차 지뢰 2발과 대인지뢰 9발 등 지뢰 11발을 추가로 찾아냈다.
철원 주민들은 "부실하게 이뤄진 지뢰 탐지 작업 때문에 도로 공사에 투입됐던 나머지 사람들도 자칫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지뢰 고개에서 나온 흙을 쌓아 놓은 곳은 사고가 난 이곳뿐만 아니라 인근에 2곳이 더 있어 지뢰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번 지뢰 사고와 관련해서 한 씨의 주변에서는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부실 지뢰제거의 책임을 묻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지뢰 사고와 관련된 조사를 마치고 자료를 검찰에 넘긴 상태다.
지뢰 제거작업을 벌이는 민간단체는 군 당국의 부실 지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지뢰 고개의 제거 작업은 완전히 엉터리였다"며 "지뢰를 제거해달라고 했더니 지뢰를 옮겨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동서 녹색평화도로 확장 공사'가 이뤄진 강원 철원군 근남면 풍암리 '지뢰 고개'에서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이 발견한 대전차 지뢰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도로 확장공사장에서 불과 5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탐지 10여 분 만에 대인지뢰와 대전차 지뢰가 잇따라 발견됐다.
철원군은 "한 부대는 지뢰 제거를 많이 안 해 본 곳이고, 다른 부대는 경원선 철도건설 등 지뢰 탐지 경험이 많은 곳이다 보니 성토한 흙을 전부 뒤집어가며 지뢰를 추가로 찾아낸 것 같다"며 "지뢰제거 작업이 끝나면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