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로 미국 주요 항공사 기장에 올라 소수계 사회진출 장벽을 또 하나 허물어뜨린 노장 파일럿이 마지막 비행을 마쳤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첫 흑인 조종사 루이스 프리먼(65)은 만 65세 생일(현지 12일)을 맞기 나흘 전인 지난 8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까지 운행한 여객기 WN4122편 조종을 마지막으로 약 40년간 길들인 조종간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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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프리먼의 마지막 비행에는 그의 아내와 아들 내외, 동료와 친구들이 동승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 측은 탑승객들에게 샴페인을 돌려 축하 분위기를 돋웠다.
37년간 변함없이 직접 다림질하기를 고집해온 파일럿 유니폼을 갖춰 입고, 기장 모자를 쓴 프리먼은 댈러스 러브필드공항 게이트를 들어서면서 사우스웨스트항공 동료들과 이용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프리먼의 항공기가 시카고 미드웨이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을 땐 소방용 살수차량이 물 축포를 내뿜었고, 프리먼은 눈물을 글썽이며 "파일럿 복장을 한 내 모습을 진심으로 좋아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카고 트리뷴과 USA투데이·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공군에서 비행 훈련 및 경험을 쌓은 프리먼은 25세이던 1980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첫 흑인 조종사가 됐고, 1992년 미국 주요 항공사 최초로 관리직을 겸한 흑인 기장(chief pilot)에 올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총 여객 운송 수 기준으로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에 이은 세계 3위의 항공사다.
프리먼은 "입사하고 보니 유색 인종 파일럿은 나 한사람뿐이었다. 그런 상황은 난생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게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해내야 더 많은 유색 인종에게 기회가 열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마음을 다잡고 일했다"고 털어놓았다.
프리먼은 점차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존재가 됐고, 수많은 신참에게 멘토가 되어주었다.
프리먼의 아내는 "젊은이들 특히 소수계 젊은이들에게 비행에 관해 이야기 하고, 파일럿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자리라면 사비로 비행기 표를 끊어서라도 가곤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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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프리먼은 "어린이들이 흑인 기장을 볼 기회가 드문 것이 아쉽다"면서 "조종사 지원에 필요한 1천500시간 비행 훈련과 경험을 쌓기 위한 비용이 높은 것도 하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탑승객들은 기장이 흑인인 것을 확인하면 놀라움과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며 인종적 편견과 마주해야 하는 때가 있었지만 지혜롭게 극복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미국 노동부 자료를 인용, 현재 미국 항공사의 흑인 비행 조종사는 단 3%. 흑인 인구비율 13%에 비해 크게 적은 수치라고 전했다.
프리먼은 2005년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 로사 파크스(1913~2005) 사망 후 전미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요청으로 시신을 장지까지 운구한 비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더이상 비행기 조종을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 무척 아쉽지만, 내가 정말 좋아했던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