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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동반성장 거버넌스 다시 짜라
조문술 산업부 차장

동반성장을 두고 잡음이 많다.

대기업들은 납품업체나 협력사에 현금결제나 해주고 공정거래만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동반성장 점수를 기업별로 평가하고 ‘느닷없이’ 초과이익까지 내놓으라고 하느냐며 당황해 한다. 게다가 무슨 비행금지구역도 아니고 ‘중소기업 적합업종’까지 설정한다니... 중소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아직 시혜적 수준에서 이해할 뿐이다. 

이런 지경이니 상호 신뢰는 없다. 제로섬 게임으로 진행될 우려마저 보인다.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위원회 내부에서 조차 갈등의 모습이 역력하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대기업쪽 위원들의 사보타지 소리도 들린다. 이런 이유로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모처럼 싹튼 우리 사회의 대타협적 의제가 피지도 못하고 시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동반성장을 평가하고 추진해 나갈 동반성장위원회 조직도 아직 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 50명도 안되는 직원이 동반성장 관련 정책을 점검, 평가하고 위원회 사무를 집행해 나가기엔 벅차 보인다.

애초 논란이 없길 기대했다면 어리석다. 이해관계가 너무나 다른 집단이 의제를 꺼내고 논의와 합의를 거쳐 실행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제대로 된 원칙조차 없이 불쑥 제도부터 만들자는 꼴이다. 더욱이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주체는 쏙 빼놓은 채 객체들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과이익 공유제만 해도 아이디어 제안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일을 백가쟁명식 논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모두 동반성장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다 보니 생기는 혼란이다. 어떻게 하는 게 동반성장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중소기업의 역할도 그저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무엇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

동반성장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한 수ㆍ발주거래, 적정납품가 보장이란 바람직한 행위를 넘어서 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자는 뚜렷한 철학을 깔고 있다. 사회다윈주의, 승자독식의 정글자본주의를 넘어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중소기업들 또한 기술, 경영혁신 등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엄격한 노력이 요구된다. 대기업들 역시 비교우위에 따른 선택을 넘어서는 아량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을 대기업들도 이같은 동반성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외부에 의해 강제되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듯 하다.

염려되는 점이 없지는 않다. 대기업은 평판에 민감하다. 혹여 평가지수를 빌미로 소비자운동이라도 일어난다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자칫 외국 경쟁자들만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동반성장은 상생협력의 차원을 넘어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은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받기 위한 노력이다.

아무리 어렵고 더디더라도 서로 협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때다. 시장경제라는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적 지점을 찾아가야 한다. 동반성장을 동반후퇴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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