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52ㆍ사법연수원 17기)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해 정부 및 정치권에 검찰 측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인물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홍만표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e-pros)’에 “밖에 비가 오고 있다,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며 “검찰에서 과분한 직책을 맡았고, 이제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한 가정의 아내와 남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한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검찰 조직에 당부했다.

홍만표 검사장의 이런 글에 대해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그의 용퇴를 만류하는 의견이 주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검사장은 검찰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고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브레인’역할을 했으며, 최근 검ㆍ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 직접 참여해 검찰 측 협상팀을 이끌기도 했다. 홍 검사장이 검찰 개혁 현안과 관련해 최선두에서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위치에 있었던 만큼, 그의 사의 표명은 다시 첨예화된 검ㆍ경의 수사권 조정 갈등과 관련해 검찰 내부 의견을 더 결집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 검사장은 강원 삼척 출신으로 대일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1년 검사로 임관해 서울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2과장을 거치면서 ‘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