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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전방 GP 총격 '사건의 재구성', 그리고 의문점①[김수한의 리썰웨펀]
북한군 열병식 중 고사총을 탑재한 전차가 지나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5월 3일 일요일 오전 7시 41분. 비무장지대(DMZ) 내 한 감시초소(GP) 근무자들이 건물 외벽에 총탄이 맞는 소리를 들었다.

이어진 몇 발의 총격에 불꽃이 튀었다. 총탄이 건물 외벽을 충격하면서 발생한 섬광이었다.

그 직후 멀리서 '드르륵' 하는 발사음이 들렸다. '소리'보다 '빛'이 빨랐다. 뒤늦게 확인된 바지만, 1~2㎞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북한군의 14.5㎜ 구경 고사총 탄이었다.

피격당한 우리 군 GP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당시 GP근무자들이 섬광과 충격음 발생을 상급자에게 보고했고, GP장(소대장)은 즉각 GP 장병 전원 현장투입을 위한 비상벨을 눌렀다. 7시 45분 GP 장병 전원의 투입이 완료됐다. 첫 피격 후 5분간 부대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7시 51분 현장 투입 후 5분여간 아무 일이 없자 부GP장(부소대장·육군 중사)이 피격된 GP 건물 외벽으로 다가가 탄흔 3개를 발견했다. 탄흔은 총 4개가 발견됐는데, 4번째 탄흔은 8시 5분 부GP장이 추가로 발견했다.

북한군의 14.5㎜ 고사총 탄은 GP 관측실의 방탄 창문 아래 부위를 맞혔다. 4발의 탄착군은 1~2m 내에 형성돼 조준 사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향후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대응 조준사격에 나서는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GP장은 탄흔을 살펴본 결과 우리 측 GP 인근 3곳의 북한군 GP 중 우측 GP에서 총탄이 발사된 것으로 판단했다.

7시 56분 휴전선 경계근무를 전담하는 GOP(일반전초) 대대의 대대장이 부대지휘 차량으로 출근 중 상황 보고를 받고, 우측 북한군 GP에 대응 총격을 지시했다.

일주일 중 한 번 퇴근하는 GOP 대대장이 전날 오후 4시 퇴근해 당일 오전 출근 중 벌어진 일이었다고 한다.

◆GP 총격 이후 시간대별 재구성=GOP대대 지휘통제실에서 8시 정각 대응 사격을 지시했고, 8시 1분 GP장 통제하에 K-6 기관총 RCWS(원격사격체계)로 사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기고장으로 추정되는 불발 상황이 벌어졌다.

RCWS는 K-6 사수가 직접 사격을 하지 않고 지휘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사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이다. 유사시 K-6 사수에게 집중되는 적 공격을 피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시스템이 장착된 K-6를 줄여서 KR-6로도 부른다.

K-6 사격이 되지 않자 부사수가 직접 K-6로 달려가 '노리쇠 후퇴 전진'과 '약실 제거' 등 긴급 조치를 3차에 걸쳐 실시한 후 재시도해도 사격이 되지 않았다. 불발 원인은 나중에 공이(뇌관을 쳐서 탄약을 폭발시키는 쇠막대) 불량으로 드러났다.

상황 해제 후 상급부대에서 K-6 고장 수리를 위해 분해한 결과 '공이 불량' 사실을 뒤늦게 알아냈다.

군 관계자는 "K-6는 매일 1회 점검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총기를 분해해야 알 수 있는 '공이 불량' 사실을 평소에 알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최전방 GP와 GOP 부대의 K-6 실사격 가능 여부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화상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연대장이 8시 3분 K-6 대신 5.56㎜ 구경의 K-3 기관총으로 사격할 것을 지시했다. 8시 13분 GP에서 K-3로 북한군 GP 하단부를 향해 15발을 발사했다.

대대장의 대응 사격 지시 후 17분이 지난 시점, 탄흔 3개를 발견한 지 22분, 첫 총격을 인지한 지 32분 만의 사격이었다.

혼란 속에 8시 5분 부GP장이 4번째 탄흔과 14.5㎜ 구경의 고사총 탄두를 발견해 보고했다. K-3의 첫 사격 5분 후인 8시 18분 사단장이 북한군 고사총과 유사 기종인 12.6㎜ K-6 수동 사격을 지시했고, 이에 GP에서 북한군 GP 상단부인 감시소를 향해 15발을 다시 쐈다. 북한군 GP 상단부와 하단부에 총 30발을 조준 사격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GP를 맞췄기 때문에 우리도 조준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군 당국은 북한군 동향과 통화 감청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군의 고사총 발사는 '오발'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북한군의 고사총 발사는 오발" 결론 유지=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GP 총격 후에도 일상적인 영농 활동을 계속 했고, 전투 상황이면 반드시 써야 할 철모를 안 쓰고 돌아다니는 장면이 관측됐다"며 "또한 우발적 상황임을 뒷받침하는 다른 정황도 입수했으나,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군이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 등으로 우발 정황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2차에 걸친 조준 사격으로 북한군 GP 건물 등이 총격을 입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 후 북한군 GP에서 인원들이 나와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찾는 움직임 등이 감지됐다"며 "북한군 GP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 군이 쏜 총탄의 탄두를 찾는 모습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군은 앞서 총격 당일인 3일 설명 과정에서 해당 GP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고, 총격 당시가 북한군의 근무 교대 시점이어서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총격 전후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나타나지 않았고, 탄흔 분석 결과 유효사거리 밖에서 발사된 것으로 나타나 이 또한 북한군의 의도성이 없었던 증거라고 주장했다.

군은 북한군 GP가 우리 군 GP보다 지형상 낮은 곳에 위치해 도발이 쉽지 않다는 점, GP 총격에 사용된 북한군 고사총 유효 사거리가 1.4㎞ 내외라는 점 등도 이런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군의 이런 설명에 대해 추가 의혹이 다음날부터 계속 불거지면서 군이 GP 총격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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