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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추석 반만도 못해”…한숨 쉬는 시장 상인[촉!]
명절 대목 앞두고도 썰렁한 전통시장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명절 고기도 안 산다”
“술집에 식재료 납품하다 줄줄이 끊겨”
지난 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설을 앞둔 대목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신주희 기자/joohe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1년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전통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설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가족 모임 마저 어려워지자 명절을 앞둔 주말에도 상인들에게서는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7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평소 같으면 상인들이 호객하는 소리가 시장 길목에 가득차야 하지만 대부분 상인은 점포 안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거나 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시장 안에서 식료품을 파는 손모(61) 씨는 손사래를 치며 “장사가 안 돼서 보통 일이 아니다”며 “(작년)추석의 반만도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 설 같았으면 유과를 20상자 가져다 놓을 일인데 5상자만 가져다 놔도 안 팔린다”고 말끝을 흐렸다. 술집, 음식점에 식재료를 납품했지만, ‘밤 9시 영업 제한’으로 인해 납품 거래가 줄줄이 끊겼다는 것이 손 씨의 전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긴 장마로 작황이 좋지 않자 지난해 개당 800원하던 곶감도 올해는 1200원으로 뛰는 등 물가도 올랐다. 손씨는 “손님들도 없는 마당에 소매 마진을 올려 팔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손씨의 가게에 들른 단골 손님도 자루에 담긴 밤을 만지작거리다 가격을 묻고는 “비싸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시장 안에서 제수용품을 파는 채은실(41)씨도 “작년 추석에 비해 당연히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다”며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다들 제사도 간략하게 지낸다고 하니 기대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곶감도 (개당)마진이 200원밖에 안 남지만 거저라도 판다”며 “그래도 날이 풀려서 손님들이 찾아 어제(6일) 30만원, 오늘(7일) 50만원은 팔았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70대 배모 씨도 “명절인데도 (대목)그런 거 없다”며 “오히려 추석 때만도 못하다”며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다 같이 고기라도 구워 먹고 하는데 이번 설에는 뿔뿔이 각자 명절을 나니까 그렇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안 상인들끼리 서로 서로 상대방의 물건을 팔아 주는 모습도 보였다.

만두를 만들어 파는 이모(60)씨 역시 “손님들이 북적북적해야 할 시간인데 만두가 나가지 않는다”며 “떡국에 넣어 먹을 만두를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썰렁한 시장에서 한 손님이 청과물 가게에서 쌈채소를 사 가자 가게 주인이 나와 “이렇게 찾아 줘서 정말 고맙지. 불경기인데”하며 연신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청과물 가게에서 채소를 산 손님 문모(29)씨는 “근처에 살면서 시장을 처음 들러봤다”며 “회사에서 인센티브 대신 온누리상품권을 줘서 가족들이 먹을 쌈채소와 고기를 사러 왔는데 상인 분들이 이렇게나 반겨 줬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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