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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도 못받는 변호사?…탈 많은 6개월 수습제도[촉!]
신입 변호사, 로펌 수습 또는 변협 연수 거쳐야 해
작년부터 변협에 국고보조금 삭감…올해도 자비로
로펌 수습도 최저임금 안팎 모집 공고가 대다수
로펌 대표들, ‘교육’에 해당…숙련자 수준 지급은 무리
변호사업계 “기능 못살리고 비용 등 문제…전면 수정 필요”
지난 1월 5일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모습. [사진=박상현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오는 4월 발표되는 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들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실무연수에서 자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펌 수습을 선택하게 될 새내기 변호사들 앞에는 올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내건 모집공고가 걸려 있다.

25일 변협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법무부가 변협에 지급하는 실무연수 관련 국고보조금이 없다. 1회 변시 합격자가 배출되던 2012년 법무부는 변협에 5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했으나 금액은 점차 줄어 지난해 전면 중단됐고 올해도 같은 상황이다.

변협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라며 “교육을 받는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국회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엔 로스쿨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이 이뤄졌지만 규모가 점점 줄다가 지난해부터 완전 삭감됐다는 것이다. 변협은 지원 예산이 없을 경우 실무 연수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새내기 변호사들의 자기 부담이 커지는 것 자체가 문제여서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법상 변시에 합격한 신입 변호사들은 6개월간 로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실무 수습을 하거나 변협에서 실무 연수를 받아야만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변시에 합격해도 법이 정한 6개월 수습을 거쳐야 ‘진짜 변호사’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9회 변시 합격자 1768명 중 로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수습을 거친 변호사는 979명, 변협 연수를 신청한 변호사는 789명이었다.

채용 형식으로 로펌에서 수습기간을 거치는 새내기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살짝 웃도는 급여로 6개월을 지내고, ‘정규직’ 채용을 위해 과도한 업무를 떠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변협 취업정보센터에 게재된 신입 채용공고를 보면 월 2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내건 공고가 많이 눈에 띈다. 올해 최저시급인 8720원에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잡으면 한 달 급여의 최저임금은 약 180만원 정도다. 로스쿨 출신 한 변호사는 “최저임금을 넘기는 조건은 그래도 양반”이라며 “월 100만, 150만원은 물론이고 무급을 내거는 곳도 많다”고 했다. 로스쿨 출신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엔 처우와 근무여건이 열악한 로펌들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공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로펌을 운영하는 대표변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입 변호사들의 실무수습은 엄밀하게 ‘교육’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미 송무와 자문에 숙련된 변호사들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로펌 대표변호사들과 사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이건 교육을 오히려 해주는 거니까 돈을 받아야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변호사업계에선 로펌 실무수습과 변협 실무연수 모두 본연의 기능은 살리지 못한 채 비용과 급여 등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수습 자체를 폐지하고 제도를 완전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변호사회장 시절 실무연수 폐지 의견서를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했던 김한규 변호사는 “변시 합격자들에 대한 착취구조인 6개월 수습제도를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다”며 “로스쿨에서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할 부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방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수습할 곳을 찾지 못해 수도권에 흡수되고 지방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로스쿨 본래의 취지를 못살리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경력 20년의 한 변호사는 “로펌 수습의 경우 아예 교육이라면 모르겠는데, 신입 변호사들 데려다가 6개월간 ‘서면기계’처럼 부리고 내쫓는 악습이 많았다”며 “무엇보다 신입 변호사들에 대한 처우는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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