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도 넘은 사이버 교권침해…채팅창에 “영어선생이면서 발음 X구리네”[촉!]
교사 얼굴 캡처해 조리돌림도
“피해 교사들, 지옥같다 호소”
교육부 “스승의날 전까지 대책 마련할 것”
수업을 하는 윤지선 세종대 철학과 교수 모습[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 서울의 한 중학교의 영어 교사인 A씨는 지난 3월 온라인 개학 이후 한 학생에게 온라인 수업 중 채팅을 통해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해당 학생은 “지금 5교시야. 아 지루해 어린이집 애들 잠 재우냐”, “영어 선생님이면서 영어 발음이 안 좋다. 너는 영어 하지 마라. 왜 그러냐, 설마 머리 안 감았냐” 등 얼굴을 붉힐 만한 말과 함께 욕설을 실시간 채팅으로 남기며 A씨를 모욕했다.

#2.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생으로부터 쌍방향 수업 중간에 조리돌림을 당했다. B씨가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한 학생은 단체 대화방에 욕설과 함께 ‘저 사람은 선생님이 아닌 것 같음’이라며 B씨에 대해 험담하는 한편, 수업 중인 B씨의 모습을 캡처해 본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올리며 상태 메시지에 B씨에 대한 내용을 적기도 했다.

교육 당국이 지난 3월 초·중고등학교 개학 이후 쌍방형 온라인 수업을 늘린 가운데 온라인 수업 상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학 온라인 강의실에선 외부인이 불법으로 난입해 수업을 방해하는 ‘줌바밍(zoom bombing)’도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박근병 서울교사노동조합(교사노조) 위원장은 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이 이러한 모욕을 겪은 것에 대해 어디다 말도 하지 못하고 알리기도 힘들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선생님은 충격에 빠져 ‘학교에 나가기도 싫고 가해 학생을 다시 보는 일이 지옥같다’며 분리를 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교권위원회를 열어 봉사활동, 강제 전학 등의 징계 처분이 가능하고,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를 통해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사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교육당국은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여 교권침해 처리의실효성과 내실화를 기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여 해당 교사의 심신안정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현장을 지도·감독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오는 5월 중순 전까지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 상에서의 교권 침해 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라 얘기할 수는 없지만 늦어도 스승의날인 5월 15일 전까지는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주장하는 원격수업 중 교권침해 대응 지침 제작은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역시 온라인 수업 중 줌바밍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2일 세종대학교 철학과 윤지선 교수의 수업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용자가 등장해 ‘X페미 교수’ 등 욕설과 혐오 표현, 남성의 성기 사진을 올리며 수업을 테러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해당 이용자를 모욕·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한 상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상에서의 교육자를 향한 모욕, 욕설은 교실에서의 교권침해와 달리 즉각적으로 문제 행동을 제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줌바밍, 줌 테러는 줌에서의 ‘대기실’ 기능을 활용해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강의실 링크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수업에 들어와도 우선 대기실에만 입장이 가능하며 교수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을 ‘수업방’으로 이동시켜야 수강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기능을 잘 이용하면 줌바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