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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4년 후 몸값 140조원’ 선언…SKT 주주는 좋기만 한걸까? [IT선빵!]
[최준선의 값] 6. SK 지배구조 개편과 SKT 주주의 손익 계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시가총액을 4년 안에 7배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기업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이나 애널리스트에게 넌지시 알린 것도 아니고, 최고경영자(CEO)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당당하게 얘기하셨어요. 바로 SK그룹의 지주회사, SK㈜ 이야기입니다.

SK㈜의 몸값을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회사인 SK텔레콤의 향방입니다. 그룹의 핵심인 SK하이닉스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빌리티나 이커머스같은 ‘요즘 핫한’ 사업이 모두 SK텔레콤 밑에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SK그룹이 한창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텔레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여러 시나리오와 SK텔레콤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다뤄보려 해요.

일단 분할은 결정됐다.

지난 14일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을 기존 통신 사업회사와 중간지주사로 나누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했어요. 기업분할에는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가 있는데요,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하는 것이고,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지분을 나눠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SK텔레콤이 택한 방식은 인적분할이었습니다. 대주주인 SK㈜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하게 될 SKT존속회사(사업회사, 편의상 SK통신사)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담당하게 될 SKT신설회사(중간지주사, 편의상 SK투자사)를 기존 SK텔레콤 지분율대로 26.8%씩 지배하게 됩니다.

투자회사가 아니라 사업회사가 존속회사라고?

SK통신사를 존속회사로 남겼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살펴보면요, 통상 투자회사를 존속회사로 만듭니다. 분할 전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 주식(자사주) 때문인데요. 인적분할 뒤 존속회사는 기존 자사주 지분율만큼 신설회사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즉 자사주가 있었다면, 투자회사를 존속회사로 분할하는 것만으로 ‘중간지주’의 모습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업계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 방식을 택할 경우 ▷SK투자사를 존속회사로, SK통신사를 신설회사로 나누고 ▷SK㈜가 SK통신사 지분을 SK투자사로 넘겨 SK투자사를 중간지주사로 만든 뒤 ▷그 대가로 SK투자사 유상증자 참여 등 방법으로 지주사로서의 영향력을 끌어올림으로써 ▷SK㈜→SK투자사→SK통신사 구조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이번 인적분할에서는 SK투자사가 신설회사고 SK통신사가 존속회사가 됐네요. 예상과 거꾸로죠. 아마 통신업 관련 라이선스 연속성을 고려한 결과 아닐까 싶은데요, 그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기존처럼 지주사가 중간지주사에 사업회사 지분을 넘기고, 그 대가로 중간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이 불가능해졌어요. 만약 지금 구조에서 그런 작업을 진행하면, SK㈜ 바로 밑에 통신사업회사가 중간지주로서 자리 잡게 되는 건데요. 이는 분할을 해놓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죠. 애초에 중간지주사를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지배구조 개편 취지와 맞지도 않고요.

SK㈜-중간지주 합병도 ‘일단 스톱!’

사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 중에는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어요. 이유 첫 번째. 현재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인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시 피인수기업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합니다. 유망하고 시너지가 확실한 기업이 뻔히 보이는데도 지분 전부를 인수하기가 부담돼 입맛만 다셔야 하는 제한이 있던 겁니다. 만약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와 중간지주사를 합병해 SK하이닉스를 지주사의 자회사로 끌어올린다면 다소 숨통이 트이겠죠. 이유 두 번째는 간단합니다. 대주주로선 그룹의 핵심 기업이 지배구조상 가까이 있을수록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SK통신사가 존속회사로서 SK투자사 지분을 갖게 되는 이번 분할 구조 때문에, SK㈜와 중간지주사인 SK투자사의 합병은 당장은 어려워졌어요. 합병을 마친 최종 지주사의 지분 일부를 자회사인 SK통신사가 갖게 되는 상호 출자 문제 때문이죠.

자사주가 만든 어색함

결국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에서든, SK㈜와 중간지주사의 합병을 위해서든. SK통신사가 SK투자사 지분을 갖는 다소 어색한 분할 직후의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가 될 것 같아요.

SK통신사가 가진 SK투자사 지분을 SK㈜로 넘기는 방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지분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할 텐데, SK㈜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SK통신사에 넘기거나, 혹은 SK통신사 유상증자에 지주사가 참여할 수 있겠죠. 이같은 과정을 통해 SK㈜는 SK통신사와 SK투자사 모두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SK통신사와 SK투자사 간의 지분 관계는 없어져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며, 향후 SK㈜와 SK투자사가 합병할 토대도 만들 수 있습니다.

SK㈜가 중간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SK텔레콤 존속법인이 보유한 신설법인 지분을 SK㈜에 넘기고 ▷대신 SK㈜는 보유한 사업을 존속법인에 양도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
그래서 SK텔레콤 주주는?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가 SK텔레콤 주주분이라면 지금쯤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그래서 나한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일단 분할 자체는 주주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분할 계획이 조금씩 구체화되던 최근 한달, SK텔레콤 주가는 무려 26% 올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적분할을 통해, 가치주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요인으로 적용되던 자회사(성장주)들과 성장주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비효율로 작용하던 통신부문(가치주)을 분리해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다시 글의 처음을 떠올려볼까요. 지난달 말 장동현 SK㈜ 대표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회사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밝혔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지금 시가총액 21조원의 7배에 달합니다. CEO가 직접 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요, 제시한 4대 성장축 가운데 가장 앞에 내건 것은 역시나 첨단소재였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인데, 반도체는 곧 SK하이닉스입니다.

SK㈜ ‘파이낸셜 스토리’ 자료 중 [SK]
SK㈜ ‘파이낸셜 스토리’ 자료 중 [SK]

SK텔레콤 주주들은 인적분할 이후 SK통신사와 SK투자사 두 회사 지분을 모두 갖게 됩니다. 그룹에서 기업가치 7배 성장의 핵심으로 반도체를 내세운 상황이니, SK투자사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될 SK텔레콤 주주에게 당장 불리할 것은 없어 보여요.

두 번 경계합시다.

하지만 위에서 앞서 점쳐본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단계마다 SK통신사 및 SK투자사의 기업가치가 억눌릴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먼저 SK통신사가 가진 SK투자사 지분을 SK㈜로 넘기게 될 경우. SK㈜로선 직접 운영하고 있는 사업을 SK통신사에 넘기거나 SK통신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겠죠. 이때 SK㈜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SK통신사의 가치가 낮을수록 부담이 적습니다. 인위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트릴 수는 없겠지만, SK통신사의 주가 상승을 막는 요인은 될 수 있겠습니다.

또 한 번의 걱정해야 할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SK㈜와 SK투자사가 합병하는 때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너 일가를 포함한 SK㈜ 주주 입장에선 SK투자사의 상대적 가치가 낮을수록 지분 희석이 덜 됩니다.

‘당장 합병 없다’ 선 그었지만, 정말?

물론 SK텔레콤 측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히면서 “당장 합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모빌리티(티맵), 이커머스(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핫한 플랫폼 사업들이 모두 SK텔레콤 밑에 있고, SK텔레콤 주주로선 이들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주가 상승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근데 이 효과가 합병 지주사로 흩어져 반영된다? SK텔레콤 주주로선 좋을 게 없습니다. 합병 계획까지 밝히면 당장의 지배구조 개편안부터 이사회·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SK중간지주사와 SK㈜가 합병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지난 2019년 중반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의 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이 높게 점쳐졌다는 점을 참고할 만합니다. 먼저 물적분할을 택하면 통신과 다른 사업을 모두 누리는 중간지주사 구조가 단 번에 마련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살아날 자사주 의결권(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해 SK㈜ 및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쉽게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견제도 덜할 것이란 평가도 있었고요. 분할 이후 SK텔레콤이 비상장사로 전환된다는 점에서도 규제 상 이익이 있었습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2018년 초까지만 해도 “인적 분할보다는 안정적인 모델, 전체적인 일을 잘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 중”라고 하셨네요.

2018년 3월, 하나금융투자가 ‘솔직히 물적 분할이 더 좋은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보고서. 당시만 해도 투자 업계는 인적분할보다는 물적분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쳤다. [하나금융투자]

하지만 결국 SK가 내린 답은 인적분할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많고, 정치권의 견제도 덜 받는 카드 대신,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복잡한 길을 택한 것이죠. 독자분들이 SK중간지주사와 SK㈜ 합병 가능성을 내다보실 때에도 이점을 참고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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