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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성소수자 차별 부각…‘이태원 클럽 사태’ 때 민낯”[촉!]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인터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드러나”
“클럽 출입만으로, ‘좋은 데 다녀오셨다’ 조롱”
“밀접접촉자들, 아웃팅 우려에 직장에 연차 내고 동선 숨겨”
“정치권의 차별적 발언…성소수자 가시화 막는 구조 보여줘”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홍보 이미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공동행동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민낯은 더욱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 사무국장은 2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는데, 성소수자들은 이를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생각을 폐기하고 관련된 혐오를 멈춰야 하는 선언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2003년부터 행사를 열어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후 국내에서는 산발적으로 행사가 기념되다, 2012년부터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기념하고 있다. 지난 16일로 예정돼 있던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행사는 우천으로 연기돼 이날 열린다.

이 국장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민낯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30일에서 5월 5일까지 있었던 연휴 기간 이태원동에 소재한 다수의 클럽이 코로나19 감염 사태의 발원지가 된 바 있다.

그는 “(이태원 집단 감염)당시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고 했다. 게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 중 일부는 사건 당시 자신들이 겪은 일을 상담하러 친구사이를 찾아오기도 했다. 상담자 A씨는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검진자로부터 “클럽 다녀오셨냐. 좋은 데 다녀오셨다” 같은 비아냥거리는 표현을 듣거나 “게이클럽 다녀오셨냐” 등의 질의를 들어야 했다.

이 국장은 언론의 보도가 사람들의 혐오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 역시 성소수자 업소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데 집중해 일부 네티즌들이 클럽 확진자의 직장명을 찾아 공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 거주 아파트를 공개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공간이 코로나19 확진 공간으로 낙인찍혔다고도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밀접 접촉자여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느라 불안에 떨어야 했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클럽을 다녀온 얘기를 직장에 해 원치 않은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하기도 한 사례가 있다”며 “직장 내에서 말할 수 없어서 연차를 내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이동 경로를 숨기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이 국장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성에다, 아웃팅 같은 사회적 위협에 놓이는 등 성소수자는 이중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며 “일반인들은 너무 쉽게 ‘동성애자라는 것을 왜 드러내지 못하냐. 그런 클럽은 왜 가느냐’고 비판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가시화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며 정치권의 발언이 특히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 서울 도심에서 성소수자(퀴어) 축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할로윈 때 이태원을 떠올리고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퀴어 축제에)특화된 곳을 만들어 명소가 되면 서로 좋은 일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안 대표는 퀴어 특구 등을 말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발언 자체가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정치권의 사상 검증식 발언이 여전히 동성애의 가시화 역시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 3월 숨진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변 전 하사 사망 사건은 (성소수자라는 것을)드러내면 오히려 우리 사회가 더 권리를 빼앗는 모습의 일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혐오를 표현하고 있다”며 “이런 문화가 바뀔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성소수자들이 아웃팅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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