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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은 무슨 재택”…‘4단계’에도 고정관념, 속앓이 ‘끙끙’[촉!]
“코로나 취약 상황에서 출근 강요는 직장갑질”
나이 많고 직급 높을수록 재택근무에 부정적
“30분마다 보고해”…재택근무 들어가도 갑질은 계속
직장갑질 이미지. [망고]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 건설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는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회사 차원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지만, 그는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했다. 과장이 ‘종일 출장’으로 회사에 보고하고, 실제로는 직원들을 회사로 출근시켰기 때문이다.

#2. 소규모 홍보업체를 다니는 B씨도 재택근무는 깜깜 무소식이다. 상사에게 슬쩍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장이 집에 있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있겠냐”는 한숨 섞인 대답뿐이었다. B씨는 “꼭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일도 아닌데,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출근을 시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3. 서울 구로에 위치한 IT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C씨도 회사로 출근했다. C씨는 “회사에 나와야 일을 한다는 생각이 중장년층에는 여전히 팽배하다”며 “공유 오피스라 코로나19에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일부터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생산직을 제외한 모든 사업체에 정부는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가 정부 지침에도 출근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출근을 강제하는 것 역시 ‘직장갑질’이라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소속 최혜인 노무사는 “반드시 출근이 필요한 직종이 아님에도 코로나19 노출에 취약한 지역 또는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출근을 강요하는 건 직장갑질로 볼 수 있다”며 “재택근무와 관련된 갑질 상담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20대의 86.6%, 30대의 83.1%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지만, 50대는 79.5%에 머물렀다. 직급으로는 평사원의 87.2%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팀장·부장급은 7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재할 근거는 없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 환경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재택근무를 강제할 수는 없으며, 이에 따라 권고사항으로 지침이 내려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사업체에서 적극 재택근무를 준수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에 들어가더라도 직장갑질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지난 1월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937명 중 23.1%가 재택근무 시 부당한 지시로 고통을 받았다. 부당 지시로는 ‘30분마다 화면 캡처 후 전송’, ‘실시간 모니터로 업무 진행 상황 파악’, ‘화상통화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인증’ 등이 있었다.

직장인 강모(34) 씨는 “회사 프로그램을 통해 키보드를 일정 시간 이용하지 않으면 인사팀에 보고가 되는 등 감시가 강화되는 바람에 심리적 압박이 커졌다”며 “재택근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임원들의 인식 개선과 직원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재택근무는 코로나19 감염과 불안을 낮추는 동시에 개인의 효율성, 능률, 창의성을 상승시킬 수 있는 근로 형태”라며 “코로나19 시대 이후에도 활용도가 높은 근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기업 발전을 위해선 재택근무를 시행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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