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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인력 없어 접종 다음날 실신”…택배기사 등 ‘백신휴가 사각지대’ [촉!]
택배기사 “대체인력, 자비로 구해야”
돌봄종사자 ‘금요일 오후 백신 러시’
일선 경찰도 “병가는 언감생심”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유혜정·신혜원 수습기자] 정부가 ‘백신휴가’를 권장하고 있지만 택배기사, 돌봄 종사자,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등 일부 직군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유급 휴가는커녕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자 아파도 출근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경기 용인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모 씨는 2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수요일이었던 지난 14일 화이자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다음날 정차한 택배차량 안에서 약 1시간30분 동안 졸도했다”고 했다.

김씨는 “백신을 맞은 당일에도 물량 225개를 처리했다가 저녁쯤 돼서 ‘몸이 좀 안 좋다’고 생각했다”며 “다음날은 더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택배기사는 백신휴가는커녕 자비로 대체인력을 구해야 쉴 수 있는데 요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량이 많아져 대체인력을 구하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와 같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0대 택배기사 역시 백신을 맞은 후 분류작업 도중 쓰러져 119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돌봄교실·유치원 등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이들도 백신을 맞고도 출근하거나 금요일 백신을 구하기 위해 ‘예약 러시’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20대 중반 유치원 교사 A씨는 금요일이었던 23일 화이자 2차 백신을 접종받았다. A씨는 “수업을 펑크낼 수가 없어서 대부분 수업이 끝난 금요일 오후에 접종을 권하고 평일에 백신을 맞아도 대부분 다음날 정상 출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교사를 구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유치원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 13일부터 돌봄교사들도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접종시기가 겹치자 유치원 교사들이 대체인력으로 돌봄교실을 떠맡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계호 전국교육공무직노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백신휴가를 사용하려면 대체인력을 뽑아놓고 가야 하는데 지금 서울 전체 돌봄교실에 충당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백신을 맞은 다음날 아플 때 쉬도록 했지만 (백신) 접종받고 아플지, 안 아플지 모르니 대체인력을 얼마만큼 마련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라고 했다.

돌봄뿐 아니라 민생치안 등 사회필수업무를 담당하는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는 “13일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받고 미열이 있었지만 오늘(14일)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당시에는 열이 39.8도까지 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에서는 백신 접종 후 병가를 내고 쉬라고 하지만 지구대 인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없다”며 “어제도 백신을 맞은 경찰 3명 모두 정상 출근했다”고 털어놨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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