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장면. [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드라마 속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감정은 우려와 반가움이 교차한다. 한쪽에선 지나치게 선정적인 게임에 아이들이 노출됐다고 ‘아동학대’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과 과거 놀이를 공유하며 부모세대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여성 김모 씨는 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초등학생 상당수가 유튜브를 통해 오징어게임의 주요 부분을 이미 본 것으로 안다”며 “아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을 봤는데 잔인한 면이 부각돼, 과거 게임의 순수한 모습과 달라 서글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김씨가 기자에게 공유한 영상에는 아이들이 모처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손에 총을 들고 친구들을 가리키며 서로를 죽이는 듯이 쏘는 영상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서로를 죽여야 사는 곳에서 진행된 게임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이는 아동에 대한 학대라고 할 수 있다”며 “온라인 학부모카페에 가도 이러한 잔인성을 우려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많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오징어게임을 통해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 고무된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40대 박모 씨는 오징어게임 덕분에 아이들과 추억의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그는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같은 반 친구가 줬다며 가져온 구슬로 함께 구슬치기를 했다. 박씨는 “땅바닥이 없어 구슬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어릴 적 놀이를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엔 학교 운동장에 가서 오징어게임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 어떤 학부모는 드라마에 나온 ‘달고나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몇 화를 보면 되느냐, 아이들과 같이 그 편만 봐도 되겠느냐”고 문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5~25일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지하 대합실에 설치됐던 '오징어게임' 체험공간 '오겜월드'.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핼러윈데이(10월 31일)에 맞춰 오징어게임 속 의상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학부모들이 생기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반된 모양새다.

SNS를 살펴보면, 핼러윈데이를 맞아 오징어게임 속 의상을 아동용으로 제작해 판매한다는 ‘공동구매’ 홍보글이 게시되고 있다. 몇몇 부모는 드라마 속에 나온 녹색 운동복의 번호를 456번(우승자 이정재 배우의 번호)으로 하거나 자신의 딸 생일자에 맞춘 번호로 옷을 주문해 입혀 인증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참 사랑스럽다”는 감상평을 남겨놓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30대 한모 씨는 “어린이집 핼러윈데이 행사가 다가오는데 어차피 1년에 하루 입을 옷이라 생각해 가장 귀엽고 핫한 옷을 입히고 싶어 오징어게임 옷을 살까 고민 중”이라며 “다만 살인게임 참가자들의 피 튀기는 옷을 아이들에게 입히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엄마 SNS에서 아이에게 오징어게임 속 녹색 운동복을 입힌 뒤 ‘꼭 우승해라’라고 하는 말을 봤는데 그런 말 자체가 불편하긴 했다”고 의견을 표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게임 자체만 놓고 볼 때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소환해 노는 것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드라마 내용상 ‘평등’을 말하지만 결국은 ‘서로 경쟁하고 죽이는 구도’가 담겨 있는데 이러한 구도가 아이들에게 전파될까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