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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대원의 軍플릭스] 에이브럼스의 뒤끝? 韓美 작계 이견 공개 논란
韓美, 작계 中 대응 방안 포함 마찰 빚어
국방부 “개인적인 의견…의도 알 수 없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새 작전계획 수립을 요청했지만 한국 국방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안보협의회(SCM)에서 작계를 최신화하기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연합군의 군사적 대응을 위한 작전계획(작계)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간 이견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입을 통해 공개됐다.

한미 간 민감한 군사·안보사안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다는 내용이나 미 군 수뇌부의 일원이었던 인사의 발언이라는 형식 모두 대단히 이례적이다.

▶에이브럼스 “韓, 새 작계 요청 지지 안해”=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했던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25일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2018년 11월 한국에 도착했을 때 작계를 상세히 검토했고 2019년 여름 전략계획지침(SPG) 갱신에 대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했다”며 “그런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새 SPG 필요성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작계 필요성에 대해 좀 더 검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그에 대한 평가를 한국 국방부와 미 국방장관실에 제공했는데 여전히 2020년 4월 한국 국방부는 연합사령관으로서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폭로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 국방부가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문제는 중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 측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새 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을 포함하자고 한 데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VOA와의 대담에서 지금의 SPG에는 중국 대응 방안이 들어있지 않다며 새 작계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인민해방군이 있다”며 “2010년 이후 한반도와 주변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면서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의 증가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날로 격화하는 미중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작성하는 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을 포함한다는 것은 사실상 중국을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로 아무리 동맹의 요구지만 무작정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이와 함께 한국은 통상 작계 수정·보완이 한미 합참에서 가이드라인 격인 SPG를 수립한 뒤 양국 국방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 것과 달리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과 한미연합사가 주도하려 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27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새 작전계획(작계) 수립을 요청했지만 한국 국방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힌 데 대해 “발언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반박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 [헤럴드DB]

▶美, 한반도 작계와 ‘역내 도전’ 연계 기대=군 안팎에선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한미 간 새 작계 수립을 둘러싼 조율과정을 뒤늦게 공개한 데 대한 불편한 기류도 읽힌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한미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었고 SCM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상의 성과를 거둔 시기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에 대해 국방부에서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반도의 전략환경 변화를 한미가 공동으로 인식해 SCM에서 새로운 SPG에 합의했다”며 “한미가 승인한 SPG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 대변인은 특히 “SPG와 관련해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중국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의외”라면서 중국의 KADIZ 진입에 대해서도 “주변국 군용기가 KADIZ 진입시 국제법 준수하에 직통망 운용, 전술조치 등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직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국방부가 미군 수뇌부에 있던 인물의 발언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반응을 내놓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 기존 작계가 11년 전인 2010년 SPG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한국군 구조 및 한미 연합지휘구조 등이 변화한 만큼 이를 반영한 새 작계 수립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지난 2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3차 SCM에서 기존 작계를 최신화하기 위한 새로운 SPG를 승인했다.

업그레이드되는 작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개발한 북한의 향상된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담되 중국 대응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반도 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을 연계하려는 기대를 완전히 거두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은 한미 작계 최신화 계획과 관련 “북한뿐만 아니라 솔직히 역내 다른 도전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의 진화를 감안할 때 계속 발전되고 있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칼 차관이 ‘솔직히’ 언급한 ‘역내 다른 도전’이란 사실상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점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중국 겨냥에 다름 아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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