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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러시아 달러결제망 ‘일부’ 배제의 ‘디테일’
가스공급 차단 부담 반영
경제타격 완화 시간 벌기
전면 배제시 새로운 도전
中위안화 국제화 나설 수

G7이 러시아 ‘일부’ 은행들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일부 배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를 압박은 하지만 숨통까지 조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상당히 강력하게 대응하는 듯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전면 배제’ 여부와 시점이다. 러시아 정도의 나라가 달러결제망에서 배제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에는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

SWITF 배제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이지만, 전부를 막지 않았다. 숨통은 터 준 셈이다. 에너지 때문이다. 돈을 못 받는데, 물건을 계속 대줄 이유는 없다. ‘전부’를 막으면 러시아도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글 게 뻔하다. 유럽이 난방, 전력 대란을 겪어야 한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공급 축소로 천연가스 값이 올라 유럽 경제에는 이미 엄청난 부담이다, 에너지 값이 오르면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하고 경기위축으로 이어진다.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으로까지 번지면 통화정책도 꼬인다. 한마디로 자기방어적 배제인 셈이다.

러시아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국제결제망 접근이 가능할 전망이다. 러시아 은행들간 거래가 유지된다면 막힌 곳들은 열리 곳들을 통해 대외간접 거래를 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결제망을 이용해 우회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거래는 상대가 있는 행위다. 돈의 통로를 모두 다 막으면 러시아와 거래한 이들에도 상처가 불가피하다. 러시아에서 돈을 못 받은 곳들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고, 이는 연쇄적으로 다른 거래 상대방들이나 거래 금융회사들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게 된다. 무역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러시아에서 돈을 받아야 할 유럽 거래처들이 자금을 확보할 통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미 발트3국과폴란드에 둘러싸인 칼리린그라드(Kaliningrad)에 LNG수송선을 파견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면 고립되는 곳이다. 군사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해 서방과 갈등이 심화되면 고립될 위험이 높다, 가스공급 중단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조치가. 가스관과 SWIFT는 서로 연결돼 있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 SWIFT 전면 배제가 불가피하고, 서방의 SWIFT 전면 배제가 이뤄지면 가스관이 잠기는 관계다. 그 시점 전까지는 러시아와의 대외거래에 있어 타격을 최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만에 하나 전면 배제가 이뤄지면 무역보다는 금융시장의 경색 가능성이 크다. 거래대금이야 그 전에 주고 받을 수도 있지만, 자산이 묶이게 되면 시장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경제 생태계에와 주요하게 연결됐던 기업들의 경영난과 자금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자원대국인 러시아는 생각보다 전세계 경제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러시안 달러가 사라지면 각국의 금융시스템에서 글로벌 결제통화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미국 연준이 달러 공급에 나서야할 수도 있다. 중국이 이틈을 타 숙원인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위안화를 앞세워 달러를 무기로 한 SWIFT배제 제재가 위력을 반감시키려는 이른바 ‘환율전쟁’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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