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선패배 책임 지겠다던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이유는? [정치쫌!]
대선패배 책임지고 당 대표직 사퇴한 宋
20여 일 만에 전격 '서울시장 출마 선언'
"당·지지자들 선택 폭 넓히려" 밝혔지만
吳 꺾으면 유력 대권주자 등극 기회이자
당 장악력 키우는 이재명계 역학관계도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했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은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18%포인트 차로 참패했고, 이번 3.9 대선에서도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4.8%포인트 차로 패하는 등 '민주당 열세'가 뚜렷한 지역이다.

송 전 대표 출마의 변을 보면 '당과 지지자들의 요청에 응답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열세 속에 오세훈 현 시장과 맞붙을 중량급 후보가 없어 '인물난'을 겪는 당을 위해 한 몸을 바치겠다는 '희생'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저하 속 '서울도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고, 송 전 대표 개인적으로도 '나가서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 등이 복합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송영길 차출론'에 이재명 전 지사의 '명심(明心)'이 작용했다는 관측 속에, 당 장악력을 키워가려는 이재명계의 역학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宋 "제 개인의 정치적 진로 문제 아냐" 일축=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며 "이것은 제 개인의 정치적 진로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어떻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코 개인의 욕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런 문제의식과 고민의 시간 속에 '당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라도 출마할 준비를 해달라'는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님의 말씀을 들었다"며 "당과 지지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드리기 위해"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영길 차출론' 분위기를 띄운 건 애초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송 전 대표가 머물던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았던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가 직접 임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인물이고, 전용기 의원도 송 전 대표와 예전부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있다.

앞서 SNS에서 '송영길 차출론'을 띄웠던 이용빈 의원도 송 전 대표 지도부 대변인을 맡았던 측근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과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 박영훈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 머물고 있던 송영길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 오른쪽부터 송영길 전 대표, 전용기 의원, 박영훈 위원장, 이동학 전 최고위원) [사진=박영훈 위원장 페이스북]

▶吳 꺾으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 등극 기회=차기 대권을 노리는 송 전 대표로서는 승리할 경우 곧장 '유력 대권주자'로 등극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는 포기하기 어려운 기회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서울시장은 바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된다는 뜻이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자리"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으로 국민적 기대감이 낮아지는 등 민주당에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의 서울지역 표차(4.8%포인트)를 좁히는 접전을 벌인다면,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지더라도 잘 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서울시장 선거가 25개 구청장과 시의원·구의원 등 기초·광역의원 선거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송 전 대표는 앞서 대선 기간 동안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년 뒤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되면 차기 대선까지 남은 3년 여 동안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서울시장 도전은 개인의 정치적 진로를 따져봐도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송 전 대표는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전날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 20여 명의 '송영길 추대론 반대' 목소리를 의식한 듯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대나 전략공천은 제 머릿속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객관적인 경쟁력을 입증해내겠다는 뜻으로,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출마 의지로 해석된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明心'은 송영길에?…이재명계, 당내 주도권 장악 수순=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는 이재명계와 친문·이낙연계 등 당내 세력 간 역학관계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이재명 상임고문의 '명심(明心)'이 송 전 대표에게 향해 있다고 해석할 만한 신호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

대선 경선 캠프 때부터 이 고문을 도왔던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송 전 대표 출마 요청 글에 이 고문이 '좋아요'를 눌렀고, 현재 '좋아요'는 사라졌지만 이후 이 고문과 송 전 대표는 직접 통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엔 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송 전 대표가 머무는 경북 영천 은해사를 직접 찾았다고 밝히면서 '명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측근 그룹인 '7인회'의 정성호(사진 왼쪽) 의원과 김남국(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29일 경북 영천의 은해사에 머물고 있던 송영길 전 대표를 찾아 지방선거 역할론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이 고문의 '정치적 본진'인 경기도는 이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안민석·조정식 의원 등 그와 가까운 후보들이 '이재명 마케팅'을 벌이며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 요충지인 서울도 이 고문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보를 내세우면 이재명계의 당내 주도권은 한층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친문·이낙연계 일각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을 여전히 거론하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를 등판시켜 이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송 전 대표가 바로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이재명 고문이 오는 8월 당 대표에 나설 경우 직면할 수 있는 '대선 패배 책임론'을 송 전 대표가 먼저 나서 상쇄하는 효과도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