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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을 만하면 ‘짝퉁’…‘나 몰라라’ AS도 지쳤다 [언박싱]
‘무신사 사태’ 여파로 번진
e커머스 명품 신뢰 논란
100% 정품 광고하더니
“AS 없다”, “책임 ‘나 몰라라’” 소비자 비판↑
외형 맞는 질적 서비스 개선해야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에센셜’ 가품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제보 내용으로, 그는 두 달여간 형식적인 답변 외에 어떠한 안내 문자나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명품 e커머스 플랫폼에서 고객 문의와 AS 접수 업무를 맡았던 A 씨는 지난해 말 끝내 일을 관뒀다. 명품 거래액이 전년 대비 200% 이상 신장하며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가품 피해 신고도 늘었는데 고객 대응 업무는 예전 인원(2명)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그는 회사 측에 ‘인력을 보강해 달라’ 요청했지만 지난 1년간 개선은 없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인공지능(AI) 봇은 형식적인 절차 안내, 상품 확인 등만 가능하다”라며 “개별 연락이 필요한 전화, 메일 등 서비스 업무는 매일 수십 건씩 쌓였고 솔직히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가품 판매로 ‘짭신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 보이는 태도다. 앞서 가품 논란에도 일절 선을 그으며 “100% 정품”이라고 확신하던 무신사는 사태 이후 보완책을 내놨지만, 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자사 판매 제품을 가품이라고 판단한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을 비판한 공지사항을 스리슬쩍 삭제했을 뿐이다.

무신사는 지난 2월 공식 홈페이지 뉴스룸에 게재한 2건의 크림 관련 공지사항을 모두 삭제했다. [무신사 홈페이지 갈무리]

오픈마켓 방식으로 운영하는 네이버 쇼핑, 쿠팡도 예외가 아니다. 가품 구매 피해자인 B 씨는 “지난 3월 초 네이버 쇼핑 입점 사업자를 통해 구매 대행한 명품 백이 가품이라는 한국명품감정원의 판단을 받았다”라며 “그런데 해당 사업자 관련 스토어는 전부 삭제된 상태고, 네이버 쇼핑을 통해 판매자의 전자우편 주소 등을 열람하는 방법을 확인했으나 한 달째 감감무소식”이라고 전했다.

대형 e커머스 플랫폼의 ‘나 몰라라’ AS 서비스에, 특히 병행수입과 구매대행 등으로 저렴하게 명품을 판매해 규모를 키운 명품 e커머스 기업에 대한 신뢰도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브랜드사와 직접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 않는 한, 검수 인력을 늘린다고 해도 명품 플랫폼이 판매하는 상품에는 유통사·개인 사업자 등을 통해 위조 상품이 섞여 들어올 수밖에 없다.

무신사가 한국명품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제품소견서. 데이터 부족으로 정·가품 판단 여부 ‘감정 불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무신사 제공]

명품 플랫폼 관계자 C 씨는 “‘신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검수 데이터(DB)가 부족해 한국명품감정원조차도 ‘판별 불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라며 “가장 권위 있는 기관조차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국내 플랫폼의 인적·물적 인프라와 경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발란은 명품 감정 기업을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트렌비는 명품 감정사를 100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검수 강화에 나섰다. 머스트잇은 관리팀에서 위조품 처리 센터를 직접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100% 정품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전 검증 강화뿐만 아니라 사후 고객 안내 서비스를 고도화해 ‘고객 신뢰’부터 차근차근 구축해야 한다”라며 “급성장한 몸집에 맞는 질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피해는 곧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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