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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외국인 아닌 확장된 한국인으로 생각하기

에어비앤비가 등장한 이후 사람들의 관광 형태는 ‘새로운 곳에서 일상을 살아보는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안내서를 뒤적여 찾아낸 유명 관광지에서 셀카를 한 장 찍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던 기존 여행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장소에서 일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같은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가 찾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다양한 일상 장소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숨어 있던 보석 같은 곳들을 찾아낸 여행객들은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넘치는 공간에서 일상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 꿈꾸던 장소에서 늦잠을 자기도 하고 창문 사이에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을 느껴보기도 한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작은 식당에서 여유롭게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책을 보다가 멍 때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보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이용해 풍경 좋은 집을 찾아내 그곳에서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체류한 동네의 감성을 느껴보는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 형태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숙소 이용 방식은 이전보다 더 다양해졌고 장기 숙박도 늘어나는 추세다. 팬데믹 기간 전 세계 10만곳의 도시에서 진행된 에어비앤비 예약에서 약 6000곳은 처음으로 예약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다양한 곳을 찾아 여행한다는 뜻이다.

장소만 다양해진 게 아니다. 개성 있는 집을 찾아 독특한 디자인 공간을 경험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7박 이상 예약비율은 전체 예약일의 절반 수준에 이를 정도로 장기 숙박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년 넘게 이어져온 새로운 형태의 여행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강력하게 퍼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이제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 하나 찍기 위해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다니는 식당에 들어가 유튜브에서만 보던 한국인의 ‘먹방’을 직접 체험해보며 그들과 함께 김밥과 라면을 먹고, 동네 뒷산을 등산하려 할 것이다. 한국인들과 어울려 막걸리 한 잔 마셔보는 일상을 경험해보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입국할 것이다.

이를 대비해 한국의 관광 여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대의 관광객맞이는 이전과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병원이나 도서관 등 인프라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정비해야 한다.

가볍게 동네 뒷산에 올라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기에 유리하도록 에어비앤비 등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관련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한국에 대한 인기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BTS와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뿐 아니라 ‘오징어 게임’과 같은 K-드라마 역시 한국을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1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사이드 케이팝’ 캠페인도 여기에 한몫했다. 한류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한국을 다시 찾게 될 경우 이들은 이전의 관광객들과 결이 다른 부류로 봐야 한다.

한국인들이 일상 속에서 무심코 이용했던 모든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새로운 관광객들을 맞는 방안이 될 것이다. 평범한 한국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제 해외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부르지 말고 ‘확장된 한국인’으로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

스티븐 리우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정책총괄 디렉터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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