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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뜨거운 감자’ 겁내지 않은 이창용 후보자의 소신발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별다른 충돌 없이 채택했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만찬에서 봉합되긴 했지만 후보자 지명 사전 협의 여부를 두고 빚어졌던 첨예한 갈등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창용 후보자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수없이 많은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표결 없는 채택이란 순탄한 결과를 얻어냈다. 여야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매끄러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대한 질문에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미국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생길 수 있는 한·미 간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감내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로 인한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우려해야 할 것은 원화 절하로 인한 물가 상승의 압력”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 후보자의 답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증세 관련이다. 그는 “증세는 통화정책 측면보다 고령화 등 구조적 재정 리스크에 대응한 국가부채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향후 10년간 해마다 GDP 대비 0.5%씩 세수(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 포함)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물론 아이디어 차원이고 검토는 기획재정부의 몫이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회피하지 않고 베어 문 그의 소신이 반갑다.

하지만 이 후보자도 차마 내뱉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증세에 선행돼야 할 뼈를 깎는 재정 구조개혁이다. 정부의 자구 노력 없이 ‘세금 더 내라’면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간 시도 때도 없이 오른 게 세금이다. 법인세율은 지난 2018년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치솟았다. 소득세율은 3억~5억원의 과표 구간이 신설돼 사실상 세율이 38%에서 40%로 올랐고 최고세율(5억원 이상)은 다짜고짜 40%에서 42%로 상향조정됐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초과 세수가 다 어디서 나온 돈인가. 모두 국민과 기업의 주머니를 쥐어짠 결과다. 오죽하면 이 후보자가 부가세 인상을 거론했겠는가. 더는 직접세를 올리기 힘드니, 간접세에서라도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하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의 복지는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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