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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명품 수입 파트너사, 소모품 전락”…무신사의 횡포 [언박싱]
우월 지위 활용…갑질 논란
수입 명품 계약 어기고 병행수입
“공룡 플랫폼사, 플레이어로 독주” 비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해외 명품 브랜드 국내 총판권을 소유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무신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패션 중개업만이 아닌 제조, 유통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플랫폼 갑질’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A사의 국내 총판권을 갖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B사는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병행수입 판매 불가’ 조건으로 A사 브랜드를 무신사에 입점했는데 무신사가 A사 브랜드 상품을 자체 병행수입해 판매 진행했다”며 “무신사에서 건건이 발견되는 병행수입 상품에 대해서 판매 노출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매를 내렸다가 다시 상품을 게재하는 식의 반복이 석 달간 계속됐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B사는 무신사 측에 수시로 연락을 했으나 한 달이나 지난 3월 말에서야 무신사 부티크 팀과 전화통화가 됐다. 무신사가 병행수입 판매 불가 조건을 어기고 A사 상품들을 이중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이, B사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A사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A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한 B사는 끝내 무신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B사는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익명을 요청했다.

무신사 부티크는 지난해 6월부터 무신사가 운영하고 있는 명품 판매 서비스다. 무신사는 국내 총판권을 획득한 중소기업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다가 최근에는 현지 부티크와의 직접 계약, 병행수입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명품 상품 소싱과 관련된 업무도 상품매입 팀이 아닌 부티크 팀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중소기업을 이용해 ‘판매 데이터’를 확보한 뒤 소비자 맞춤 병행수입 상품 소싱과 판매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외형을 키우기 위한 무신사가 시장 영향력으로 파트너사를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이 같은 방법으로 무신사는 허위·과대 광고 논란도 피해 갈 수 있다.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하는 즉시 할인가 표기가 가능해 가격정책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율을 표기하려면 할인 전 해당 판매가로 14일간 판매했다는 이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신사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총판권을 가진 중소기업을 통해 정가 판매하고, 이후 데이터를 분석해 잘 팔리는 해당 브랜드의 상품을 병행수입해 할인가로 판매할 수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중심으로 힘이 재편되면서 국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무신사가 제조·유통 등으로 발을 뻗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이 같은 마찰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신사 쏠림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0년 매출 기준으로 지그재그(400억원), 에이블리(530억원), 브랜디(860억원), W컨셉(720억원)을 모두 합쳐도 무신사(3319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무신사 측은 “무신사에 브랜드 공식 유통사가 입점하면 해당 상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무신사 매입, 병행수입 등을 통한 상품은 계약이 끝난 이후 순차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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