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대전환 시대, 적극적 역할 확대 기대되는 이창용 한은號

갖가지 난제 속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업무를 시작했다. 그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하나 쉬운 게 없다. 심지어 상충관계다. 우선 10여년 만에 4% 이상 뛸 만큼 날개 달린 물가를 잡아야 한다. 역대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조절해야 한다. 금리를 올리는 게 당연한 처방이지만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로 불안해진 성장에 제동을 걸어서도 안 된다. 여기에다 조직건강도가 38%에 불과할 정도로 활력을 잃은 한은 직원들의 사기도 올려야 한다. 내우외환을 한꺼번에 잡는 그야말로 묘책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취임사에 드러난 이 총재의 포부는 적어도 기대와 신뢰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그는 전통적인 한은의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고 직설했다. 적극적 역할 확대론인 셈이다. 역대 한은 총재들이 한은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포부를 밝혀왔던 것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금 한국 경제가 뉴노멀의 전환에 성공해 도약할 수도, 장기 저성장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책임이 통화 정책의 테두리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통화 정책만으로는 거시경제의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재정과 구조개혁을 비롯한 여타 분야와의 공조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그는 한국 경제가 올바른 길로 갈 방법으로 민간 주도형으로 경제 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은 정책목표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자는 의견에 우회적인 동조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서의 고용은 성장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 총재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란 기존 명목에 고용안정 목표도 담긴 것으로 본다”고 전제했지만 “꼭 추가되어야 한다면 물가나 금융 안정보다 낮은 수준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적극적인 한은 역할 확대와 관련해 이 총재가 직원들에게 강조한 외부와의 ‘소통 강화’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문이다. 한은 직원들에게 외부 소통은 곧 중립성 침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국내 최고 수준의 직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연구 성과를 책상서랍 안에만 넣어두지 말고 외부로 더 많이 제공하고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더 다양화하자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우려보다는 시대적 과제를 함께 풀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접근하자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외부 출신 이창용 총재가 이끌 ‘한은호’의 행보에 기대와 격려를 보낸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