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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적쇼크가 현실로…증권사 실력 ‘시험대’
홍길용의 화식열전

지난해 막대한 성과급으로 임직원 평균연봉 2억원 시대를 연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진정한 실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떼돈을 벌게 해줬던 초저금리와 개인들의 투자열풍의 우호적 시장환경이 올 들어 크게 바뀌면서다. 가장 먼저 1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NH투자증권은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0%나 급감했다. 성적을 내놓을 다른 증권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증권사들의 진정한 실력을 파악할 기회다.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천은 크게 4가지다. 주식중개 등을 해주고 받는 수탁수수료, 기업공개와 증권발행, 인수합병(M&A) 도움의 대가인 IB수수료, 자기자본을 굴려 얻는 자기매매손익, 그리고 신용거래융자 등 돈을 빌려주는 대가인 대출관련 이익이다.

수탁수수료는 증시 거래에 좌우된다. 증시가 달아오르던 2020년과 지난해에는 7조원, 8조원을 벌었다.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낮다. 올 1분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동기대비 12.5% 줄었지만 이익이 입힐 상처는 그 보다 더 깊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매매손익은 금리 영향이 크다. 증권사는 주식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주식이 많으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하락 건전성 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채권은 금리가 내리면 가격이 오른다. 금리 하락기에는 비교적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금리가 뚝뚝 떨어지던 2016년까지 증권사 최대 수익원이었다. 2018~2020년 연평균 6조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2조원대로 급감했다. 올해는 금리가 급등세여서 손실 우려까지 나온다.

IB 부문은 증권사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역시 시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래(deal) 규모에 따라 수수료수익도 비례한다. 주가가 오르고 거래가 많을 때 자금조달 수요도 커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 호황으로 전년까지 3조원대이던 수익 규모가 단숨에 5조원을 넘었다. 올해엔 금리가 오르며 기업공개도 주춤하고, 시장성 자금조달도 위축되고 있다. 아무래도 작년만 같지는 못할 듯하다.

대출은 금리 상승에 따른 그나마 영향이 적은 부분이다. 수요감소를 마진폭 상승이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핵심 대출사업은 신용거래융자다. 투자자가 주식을 살 해당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고객이 맡긴 돈에는 싼 이자를 주면서, 이를 투자자에 빌려줄 때는 비싼 값을 받는 구조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31~60일 기준)은 연 7~9%대다. 주로 고객예탁금을 보관·운용하는 증권금융에서 빌리는데 이자율은 채 연 2%가 되지 않는다. 조달비용이 낮더라도 부실위험이 크다면 이자율이 높을 수도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담보가 된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실행해 원금을 회수한다. 부실위험이 거의 없다. 최근 증시 부진에도 신용융자 잔고는 20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정점(25조원) 보다는 적지만 2019년말(10조원) 보다는 갑절 이상 크다. 주요 증권사들은 시중금리 상승을 이유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한 올해 증권사 실적을 가를 열쇠는 채권 위험관리와 대출의 수익개선이다. 어려울 때 진정한 실력자가 드러나는 법이다. 가장 덜 부진한 증권사가 가장 경쟁력 있는 곳일 확률이 높다. 주주라면 엄청난 성과급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는 지를 따져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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