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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집값 안정의 트릴레마

거시경제학에서 ‘트릴레마(3중딜레마)’ 상황을 담은 불가능의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라는 이론이 있다. 미국의 로버트 먼델 교수가 주장한 이론이다. 한 국가가 독자적 통화정책, 환율 안정,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이론의 전체적인 골자다. 다시 말해 세 가지 정책 목표 중에서 반드시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갑자기 딱딱하고 난해한 거시 경제 금융 이론을 꺼낸 데는 부동산의 세제 정책과 집값 안정에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어서다. 보유세와 거래세, 그리고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가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조세정의라는 이름을 앞세워 보유세와 거래세를 대폭 높여 주택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거래세인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모두 징벌적인 세금을 부과하며 사실상 죄악시 했다. 양도소득세의 세율은 최고 82%에 달한다. 세금이 높아지면 매물을 내놓을 것이고, 이를 통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게 현 정부의 계산이었다. 보유세와 양도세의 정상화, 집값 안정 모두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계산은 철저히 빗나갔다.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택했고, 일부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정책인 탓에 결국엔 다시 규제가 풀릴 것이란 합리적인 결론을 낳게 했다. 이는 버티기의 동력이 됐다. 부작용은 막대했다. 사실상 사고 팔기의 거래 시장이 올스톱됐다. 가격의 왜곡 현상만 심화됐다. 시세 차익의 82%로 세금을 내가며 집을 파는 어리석은 이가 있을 리 없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정국에서 획득한 정권을 5년 만에 빼앗겼다.

해법은 간단하다. 집값 안정을 바란다면 보유세와 양도세 둘 중 하나의 부담은 더는 게 옳다. 집값 안정의 트릴레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유세를 합리화하고 양도세의 부담을 줄이는 게 상식적이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보유세의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현행 세구조하에서는 강남의 30억 1주택자의 세금이 서울과 지방보다 낮은 총액의 2주택자 세금보다 낮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집값 안정의 트릴레마는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세부담을 더는 공약을 대거 내놓았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은 데 이어, 보유세 산정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대수술도 예고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을 통해 보유세의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긴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세금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방향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추론한 집값 안정의 트릴레마의 논리로 보면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부담을 덜게 된다면 또 다른 한축인 주택 가격은 재차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재차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쏠림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세부담의 무조건적인 강화나 완화 모두 주택 가격 안정에는 독이다. 부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이 대목을 눈여겨 봤으면 한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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