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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예방접종, 인류를 위한 인도주의적 의무
정주화 국제로타리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이다. 예방접종이란 우리 몸이 병원체에 감염되기 전에 백신, 즉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하게 만든 병원체를 몸에 주입하고,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인류 최초의 근대적 백신은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개발한 천연두 백신이다. 한국에서는 ‘마마’라고도 불렸던 천연두는 당시 치사율이 4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인 질병으로,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10억 명의 인류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너는 우두, 즉 소들이 걸리는 천연두와 비슷하지만 가벼운 질병에서 추출한 균을 인간에게 주입하면 가벼운 병만을 앓고 회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 세계보건기구의 주도 하에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 백신이 보급되었고, 1977년 마지막 자연 발병 건이 보고된 지 3년 뒤인 1980년, 세계보건기구는 마침내 천연두의 완전한 박멸을 선언한다.

대규모 예방접종의 힘으로 천연두는 인류가 사상 최초로 종식시킨 인간 질병이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그 두 번째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소아마비의 완전한 박멸이다.

소아마비는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의해 신경계가 감염되면서 일어나는 전염병으로, 주로 5세 이하의 아동에게 치명적인 신체 마비를 일으킨다. 1955년 조너스 소크 박사가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전 세계 125개국에서 35만 건이 넘는 소아마비가 발병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 국제로타리,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유니세프 등이 1988년 출범시킨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지금까지 약 30억 명의 아동에게 백신을 접종했고, 2021년에는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 국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말라위 단 3개국이며 발병 건수도 단 6건만이 보고되었고, 2022년 현재 아프카니스탄에서 1건이 보고 되었다. 사상 두 번째 인간 질병의 박멸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보고된 사건은 다시 한 번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말라위에서 마지막으로 소아마비 발병건이 보고된 것은 1992년이며 2020년 8월에는 아프리카 지역 전체의 소아마비 박멸이 선언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안과 국경 지역의 혼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례는 예방접종 및 감시 활동에 구멍이 생기는 순간 인류가 그동안 해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금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예방접종주간에는 그간의 로타리의 소아마비 퇴치 노력들을 홍보하고 소아마비 퇴치 기금 모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로타리는 대규모 예방접종의 힘을 확신하며 최초로 소아마비 퇴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단체이다. 나는 로타리에서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그리고 직접 예방접종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며 예방접종은 소아마비를 비롯한 수많은 질병을 종식시키거나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게 되었다. 예방접종을 받는 것은 개개인의 인도주의적 의무이며, 정부와 여러 단체의 예방접종 노력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일은 전 인류와 미래 세대의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정주화(한의사) 국제로타리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

yjc@heraldcorp.com
peop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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