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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어느 수집가의 초대’ 그 집으로
故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1주년
작품 355점…7개 기관 연합전
옹기종기 모인 동자상 뒤 작은 창으로 모네의 걸작 ‘수련이 있는 연못’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어느 수집가’의 집으로 향한다. 무심히 걷는 길에 옹기종기 모인 ‘동자석’(조선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만난다. 떠나간 영혼을 위로하며 수호신 역할을 했던 무덤 앞 돌조각은 붉은 꽃잎이 잔디가 된 고운 정원 위에 자리해 다정하기만 하다. 그 뒤로 작은 창에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이 고개를 내민다. ‘수집가의 집’은 시간의 태엽이 쉼 없이 감겨 수천 년을 쌓았다. 동서를 넘고, 역사를 가로지른다.

‘이건희 컬렉션’이 한데 모여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전시의 제목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8월 28일까지·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열고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다. 전시는 지난 1년 사이 ‘미술 대중화’에 혁혁한 기여를 한 ‘이건희 컬렉션’의 명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양구 박수근박물관을 시작으로 9월 전남과 제주까지 전국 순회를 했던 ‘이건희 컬렉션’은 누적 관람객 30여만명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 역시 평일 낮에도 긴 줄이 늘어서며 ‘수집가의 집’을 향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

전시는 지난해 4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7개 기관이 기증받은 작품 355점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세기의 기증’으로 불린 이건희 컬렉션의 방대한 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고, 조각부터 회화까지 구성도 다채로워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향연을 이룬다.

전시 공간의 구성이 흥미롭다. 남다른 안목과 취향을 반영해 선보이는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와 네 가지 주제로 작품을 배치한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선보이는 구성이다. ‘수집가의 집’으로 꾸민 1부에선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다. 장욱진의 ‘가족’을 비롯해 권진규의 ‘모자상’, 정약용이 쓴 글씨인 ‘정효자전’과 ‘정부인전’을 만날 수 있다. 정약용의 이 글씨는 “가족의 애틋한 마음과 정약용 필치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18세기 달항아리 백자 옆에 김환기가 1950년대 달항아리를 소재로 완성한 회화 ‘작품’도 나란히 전시된 구성도 재밌다.

반드시 만나봐야 할 작품은 국내에선 첫선을 보이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작품은 중요도를 고려해 제1부에서 2부로 이어지는 독립된 공간에 전시했다.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른바 ‘모네 부흥기’에 그려진 작품”이라며 “연못 주변의 풍경이나 일본식 다리 등에는 관심이 사라지고 오직 수련과 물 표면의 변화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제2부는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을 주제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에선 국보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인왕제색도’는 5월까지만 볼 수 있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선 고대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토기와 백자 각병을 시대순으로 진열했다. 방대한 이건희 컬렉션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선 불교미술과 전적류를,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에선 이응로의 ‘군상’, 천경자의 ‘만선’ 등을 볼 수 있다.

미술계에선 지난해 이후 ‘이건희 컬렉션’이 미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기증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졌고, 미술과 미술관이 일반 대중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리고 라이프스타일 속에 들어오게 됐다”며 “이번 전시는 국내 미술관사에선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기관 연합전을 구현됐다는 의미도 더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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