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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여름더위 시작 소만, 거머리와 나일론 스타킹 [이제야 다시 보는 절기 – 소만]
생명이 조금씩 차오르는 절기
모내기 시작, 떠오르는 거머리 공포
서랍장 속 올 나간 스타킹 잇템 등극
5월 나홀로 가을빛 띠는 대나무도 눈길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신트리공원에서 개최된 ‘도심 속 모내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못줄 열에 맞춰 모를 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21일 소만(小滿)은 생명력이 있는 모든 것들이 조금씩 성장하여 가득 차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24절기 중 여덟 번째인 소만이 다가오면 논물 대기를 시작으로 농촌의 일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빠진다.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 등 챙길 일이 많은 5월 초순이 지나면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모내기 시즌에 들어간다.

농촌의 빠른 고령화로 인해 농업 시설뿐 아니라 부족한 일손을 대부분 기계에 의존한다. 농번기가 되면 경운기로 땅을 갈고 이양기(모를 옮겨 심는 기계)로 모를 심는다. 농약과 병충해 방제는 드론 등을 이용하며 추수기가 되면 탈곡기로 수확한다. 물론 지금도 다랑논이나 산비탈에 위치한 좁은 논 등은 아직도 예전 방식 그대로 손 모내기를 하는 곳이 더러 있다.

지금은 다르지만, 과거 모내기 철 필수품 중 하나가 바로 여성용 스타킹이었다. 웬 스타킹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사연은 이렇다.

1970~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이 흔하지 않았던 농촌에서는 무턱대고 논이나 연못에 들어가는 건 거머리의 습격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사람의 피를 좋아하는 거머리는 아무런 자극 없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곤 했다. 거머리는 떼어 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생김새도 혐오스러워 기피 대상 1호였다. 손 모내기가 일반적이었던 당시 거머리를 피하는 최고의 방패가 바로 매끈매끈한 나일론 스타킹이었다. 논으로 들어가기 전 바지를 걷어붙인 어르신들의 일사불란한 스타킹 착용 모습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광경 중 하나였다. 못줄(모내기할 때 일정한 간격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던 줄)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뒤로 물러서는 색색의 스타킹 군단.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일정한 간격으로 채워진 푸른 모가 마치 넓은 운동장 잔디밭을 연상케 했다.

지금은 거머리가 어혈을 제거하는 약재나 상처의 고름을 제거하는 의약용품으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니 사람뿐만이 아니라 하찮은 미물조차 시절을 잘 타고 나야 함은 매한가지인가 싶다.

신록의 계절, 나 홀로 가을빛을 띠는 대나무를 죽추(竹秋)라 부른다. 이는 새로 나오는 죽순에 모든 영양을 주기 위한 대나무의 고육지책이다. 4~5월 가장 먼저 죽순 채취가 이뤄지는 맹종죽은 거제와 고창 등 따뜻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123rf]

또 소만이 다가올 즈음 한겨울에도 늘 푸르고 싱싱한 잎을 간직하던 맹종죽과 대나무는 때아닌 가을빛을 띤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사군자 중 하나로 추앙받는 대나무는 이 시기 새로 돋는 죽순에 모든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사실상 동면에 들어간다. 가을을 만난 듯 누렇게 변해가는 대나무의 모습을 본 선조들은 이를 죽추(竹秋)라 불렀다.

이런 온난성 기후 식물인 대나무숲을 서울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대나무숲을 보려면 전라도 고창이나 담양, 거제시 거제 등으로 장거리 여행길에 올라야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대나무숲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남산공원 유아숲체험장 안에는 자연 조성된 대나무숲이 있다. 중부 지역 등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대나무인 왕죽으로 6월 장마와 함께 채취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이운자 기자]

남산공원 유아숲체험장 안에는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대나무숲이 인공조림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 조성됐다는 점이다. 남산공원 유아숲체험장에 다양한 식물 종(種) 조림을 위해 구입한 식물에 어부지리(?)로 딸려와 둥지를 틀게 됐다고 한다. 모진 악조건에서도 유아숲체험장 한쪽에 번듯하게 자리 잡은 대나무숲. 빽빽이 들어찬 광활한 대나무숲은 아니더라도 바람과 함께 ‘사그락사그락’ 마주치는 댓잎의 청량감 넘치는 하모니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상=이운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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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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