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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납품단가연동제 신기업가 정신의 마중물 만들라

재계가 24일 공식 선언할 신기업가 정신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은 5대 실천 명제 중 “외부 이해 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해 윤리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대목이다.

선언문에 포함된 혁신과 성장, 일자리 창출, 친환경 등은 이미 기업 역할의 고전이 되다시피 한 용어들이다. 상당 부분 실천되고 성과도 얻었다. 새로울 것도 없다. 이에 비해 ‘이해 관계자’는 기업 역할의 지평을 한층 넓혀준다. 물론 조직 구성원과 주주, 고객 등 기존의 주요 대상이 존재하지만 특별한 의미 부여가 가능한 것은 협력 회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동반 성장이나 상생 등의 용어로 대상보다는 목적에 중점을 두던 기존의 정신에서 한 단계 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대기업에 중소기업은 말이 좋아 협력사일뿐, 원·하청으로 맺어진 명백한 갑을관계다. 그로인한 결과는 참담하다.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근로자의 83%가 일하는 삶의 터전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자 국가경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0.3%에 불과한 대기업이 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간다. 중소기업의 몫은 25%에 불과하다. 양극화도 이런 양극화가 없다. 한쪽은 배 불러 남는데 다른 쪽은 연명할 수준의 음식만 얻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원인이기도 하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도 하청 물량 증대로 버틸 수 있었다. 이익은 줄지 않았다. 하지만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불가능한 일이다. 사업 파트너로서의 관계 회복이 전제되어야 해결의 길이 보인다. 그 부분을 신기업가 정신에서 언급한 것이다.

실천하지 않는 선언은 무의미하다. 때마침 정부 주도로 납품단가연동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와중에 이를 납품 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현행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는 원자재 가격 등 공급 원가가 변동됐을 때 하도급·수탁 기업이 납품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에 납품대금 인상을 요청한 건 8만4000여기업 중 4%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반영 사례는 절반 정도다. 거래 단절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법과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관계자들의 선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납품단가연동제를 신기업가 정신 선언의 마중물로 삼기를 기대한다. 그럼 국민의 신뢰는 저절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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