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파견된 베테랑 러시아 외교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 명령을 내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사임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본다레프(41·사진)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표부 고문은 이날 비즈니스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LinkedIn)에 게시한 성명을 통해 자신이 20년간 몸담았던 러시아 외교관으로서 직을 내려놓으며 “20년간 러시아 외교관으로서 활동해왔지만, 올해 2월 24일만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날이다.

본다레프는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전체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번 전쟁을 구상한 사람(푸틴)은 영원히 권력을 유지하며 호화롭고 무미건조한 궁전에서 살면서 무제한의 권력과 완전한 면책을 누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그는 이를 누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수많은 생명의 희생도 서슴지 않을 것이며, 이 때문에 이미 수천명의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러시아 외무부와 러시아 외교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본다레프는 “원래 전문적이고 지식인적 풍모를 갖고 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상충되는 진술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핵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인물로 바뀌어버렸다”며 “오늘날 러시아 외무부의 임무 역시 외교가 아닌 전쟁 선동과 거짓말, 증오에 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로이터·AP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제네바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본다레프의 사직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본다레프는 군비통제와 비확산 분야 전문가로 지난 2019년부터 현재 직을 맡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외신들의 질의에 대해 일절 답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논평을 통해 “독재자와 맞서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크렘린궁의 선전·선동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만행에 동의하지 않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