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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대치동 “재초환 실망”, 목동은 “김빠져”…8·16 대책 허탈한 서울 재건축 [부동산360]
8·16 공급대책 서울 주요 재건축 현장의 목소리는
강남 노후 단지들 “재초환 부담 여전해”
재건축 시동 건 목동은 “김빠지네” 평가
‘신탁 활성화’ 예고에는 “주민이 ‘을’ 될라”
2차 정밀안전진단 폐지에는 “환영” 반응도
정부의 8·16 공급 대책을 두고 서울 내 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곳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완화 정도가 약한 데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 반면, 초기 사업지들에서는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후 단지들의 모습. 유오상 기자

[헤럴드경제=유오상·이민경 기자]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서울 내 10만가구를 비롯해 22만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구 지정을 발표하며 각종 규제 완화를 예고했지만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내 노후 단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간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받았던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 폐지 소식에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지만, 폐지 목소리가 컸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 발표가 이뤄진 지난 16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의 한 노후 단지에서는 재건축 대책 회의가 진행됐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에 따른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재건축 부담금이었다. 대다수 노후 단지가 안전진단 절차를 마친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금이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재초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폐지에 가까운 개편이었는데, 이번 발표 내용은 실망스럽다”라며 “장기 거주자나 일부 노령 주민에게 부담금을 낮춰주겠다고 했는데, 부담금을 많이 부과받은 일부 주민 탓에 사업이 지체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6년 도입 이후 폐지 요구가 계속됐던 재초환 문제에 대해 현재 3000만원인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누진되는 부과율 구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개발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비판 탓에 그간 시행이 유예돼 왔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노후 단지들은 가구당 평균 3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통보받으며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 발표 이후 최근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을 등에 업고 안전진단 절차를 시작한 서초구 노후 단지들은 2차 정밀안전진단 폐지 발표에 특히 주목했다. 지난 6월 재건축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52.19점을 받았던 서초구 반포미도2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자칫 탈락할 경우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규제 완화를 기다려왔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는데, 이제는 정부의 법령 개정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정은 강남지역 내 다른 노후 단지도 비슷하다. 서초구의 한 공인 대표는 “2차 정밀안전진단이 워낙 악명이 높아 신청을 미뤄온 단지가 다수 있었다. 이번 개편안이 빨리 시행되면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이라며 “다만,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추진된 단지들이 재초환 부담금을 내게 될 때 혼란이 올까 걱정하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의 목동신시가지 11단지의 모습. 이민경 기자

공급대책이 나오기 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꼽혔던 목동에선 ‘김이 빠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안전진단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만 했지 당장 소급적용 여부와 시행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목동신시가지 단지 중 6단지를 제외한 1~5단지, 7·8·10·12·13·14단지는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신청해둔 상태이며, 9·11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다. 때문에 2차 안전진단 폐지는 이 지역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내용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선 때부터의 공약이라 새로운 것은 없다. 언제부터 시행되는 건지가 중요하고, 주민들도 모두 그 내용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안전진단 완화는 국토교통부가 시행령과 규칙만 바꾸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건데도 또 모호하게 시기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한 목동 주민도 “오늘 발표한 대책은 정부가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것이고, 결국 시행시기 같은 건 하나도 제대로 말한 게 없는 것으로 보아 총선 때까지 잘 부탁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유일하게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는 현재 재건축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만들어둔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의 목동 지구단위 계획때문에 단독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6단지만이라도 빨리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과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까지 지난해 11월에 신청했지만 이 역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안전진단 폐지가 나머지 단지들과 함께 통합해서 가야한다는 단초로 쓰일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근 A공인 대표는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가 2년이 지났는데 더이상 못 나아가고 있고, 토지거래허가제까지 1년 더 연장되면서 6단지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나머지 단지들이 2차 안전진단을 받을지 말지를 보고 함께 가라고 하면 더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목동 재건축단지에선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신탁방식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6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신탁방식을 택하면) 당장 토지 등 소유자들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순 있겠으나 신탁사가 실권자가 되고 주민들은 을이 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경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osyoo@heraldcorp.com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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