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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파월의 ‘긴축할 결심’…‘3고(高)’가 온다
인플레 방치하면 경제 ‘괴사’
긴축 고삐 못 늦춰…고금리
글로벌화→블록화…고비용
한계비용 상승극복→고효율
주주환원 충실한 기업 유망

“경제도 어려운 데 금리까지 올리면…”

최근 시장의 불만이다. 1974년 아서 번즈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전례를 떠올리는 은근한 기대도 있었다. 혹시라도 연준 경기부담을 이유로 긴축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수도 있다는. 하지만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에 모인 중앙은행 수장들 앞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입장을 단호했다.

“경기엔 부담이지만 물가를 확실히 잡아야한다”

보통 중앙은행은 경기 과열 진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좋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상황은 다르다. 전쟁과 무역장벽 등으로 예전보다 원자재와 물건은 귀해졌는데 시중에는 돈이 잔뜩 풀려 물가만 치솟고 있다. 흔히 전쟁 뒤 재정과 생산이 모두 망가진 상황에서 나타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다.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의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화폐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려 방치하면 소득과 재산을 빠르게 갉아먹는다. 국가경제의 핵심인 통화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 뿐 아니라 나라 살림에도 치명적이다. 특히 나쁜 인플레이션에서는 이자율 높아진다고 좋아할 수 없다. 요즘 예금과 채권 투자가 인기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5%를 넘고 있다. 3%대 국채금리(10년 만기 기준)로는 자산 감소를 막을 수 없다. 외환위기 때를 떠올려 보자. 나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표시수익률이 치솟지만 실질 물가상승률을 이기지 못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다.

나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을 줄이지 못하면 물건 값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물건의 공급이 한정적이어서 아예 수요까지 줄일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도래했다. 러시아가 자원을 팔아 재정을 충당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충실히 할 때를 떠올려보자. 원자재 구하기도 쉬웠고 공산품도 싸게 살 수 있었다. 물건이 넘쳐 나니 돈을 찍어서 이를 소비해도 표시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도, 재정위기도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낮은 비용으로도 높은 효율이 가능했던 시절 얘기다.

이제는 다르다. 전쟁으로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를 싼 값에 수입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은 앞장서서 중국산 제품을 쓰지 말라고 동맹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던 중동도 이젠 에너지 정책에 미국 말을 듣지 않는다.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은 낮아지는 시대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기업 입장에서 해석하면 “효율을 높여라”다. 원재료 값도 비싸지고 돈 빌리기도 어려워지니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가 ‘블록화’되고 원자재 공급 제한과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면 그 동안 팽창했던 생산능력의 축소, 즉 공급과잉 구조의 해소가 필요한다. 구조조정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국내 주요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곳간에 쌓아 놨다. 대규모 투자를 대비해서다. 정작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재료비 부담은 낮아졌지만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영 효율은 개선되지 못했다. 그나마 배당을 높인 덕분에 주가는 오를 수 있었다.

달라진 고비용·고금리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고효율의 구조를 찾을 때까지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유동성도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주가는 높아지기 어렵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주주들을 만족시킬 비법을 고민할 때다. 핵심은 자본 효율, 즉 ROE를 높이는 데 있다. ROE는 주요 큰손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주요한 지표다. ‘분자’인 이익을 늘리려면 현금흐름(cash flow) 개선이 중요하다. 과잉과 비효율을 제거하고 생산과 서비스의 혁신을 통해서 벌이(매출)를 안정시켜야 한다. ‘분모’인 자기자본을 줄이기 위해 씀씀이(주주환원)까지 늘리면 금상첨화다.

기업들이 곳간에 쌓아둔 돈도 잘 굴려야 한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손해다. 경기침체로 이익이 줄어들면 배당성향을 유지하더라도 주당 배당금이 줄어든다. 이젠 기업들이 보유현금을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곳에 투자하거나, 주가 정체에 갈증이 커진 주주들에게 돌려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내부에 쌓아둔 돈은 얼핏 대주주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주 모두의 돈이다. 배당성향을 높여서라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일 수 있는 기업이라면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의 벌이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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