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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연대 ‘백기’ 배경은…①싸늘한 여론 ②정부 강경 대응 ③파업 대오 균열
화물연대, 조합원 총투표로 ‘총파업 철회’ 결정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위기 속 국민여론 싸늘
정부의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등 압박도 주효
파업 대오 균열 발생하자 퇴로 찾아 파업철회
화물연대가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끝낸 9일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조합원들이 해단식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화물연대가 9일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배경엔 파업에 대한 싸늘한 국민여론, 정부의 일관된 강경 대응, 이로 인해 발생한 파업 대오의 균열 등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고, 자신들이 제안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방안까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서는 등 초강경 기조를 이어가자 화물연대로서는 어떻게든 '퇴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부터 전체 조합원에게 파업 철회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해 총 투표자 3575명 중 2211명(61.84%)의 찬성으로 파업 종료를 결정했다. '파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반대표는 1343명(37.56%)에 그쳤다.

투표율도 13.67%에 불과했는데(전체 화물연대 노조원 2만6144명 중 3575명 투표), 이는 지난달부터 16일째 이어진 총파업에 지친 조합원들이 대거 현장을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측은 "투표결과에 따라 화물연대는 지역본부별로 해단식을 진행하고 현장으로 복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대전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대전 대덕우체국 앞 화물연대 거점 시위 현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16일째를 맞은 이 날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 복귀하기로 했다. [연합]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배경으로는 싸늘한 국민여론이 첫손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고, 고유가·고금리·고물가로 국민이 신음하는 상황에서 물류 마비로 국가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총파업은 애초부터 지지를 받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파업에 법과 원칙을 내세운 강경 기조를 이어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고, 21%는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례 없던 강도의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온 것도 화물연대를 코너로 몰았다.

정부는 지난달 시멘트 운송기사들에 대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어 최근 철강·석유화학 품목까지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며 압박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상당수가 명령서 수령을 회피하며 반발했지만 부담감을 느낀 비조합원들은 동조 파업에 참여했다가 하나둘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해제한 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본부 노조원들이 파업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

정부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자 이들의 현장 복귀는 점차 가속화됐고, 파업 대오에 균열이 심화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 시멘트 운송량은 18만t으로 평년 동월(18만8000t) 대비 96% 수준을 회복했고, 부산항과 광양항 등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일일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평시 대비 115%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같은 날 집단 운송거부 등 관련 집회 참가인원도 3900명으로, 지난달 24일 총파업 출정식(9600명) 대비 4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애초 제안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날 전격 수용한 것도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힘을 더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기존에 누리던 것마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오늘 총투표에서 화물연대 구성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면서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 24일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기에 그 제안은 무효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먼저 정부의 제안을 걷어차고 총파업에 돌입해 국가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준 만큼 이제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선(先)복귀, 후(後)대화’ 라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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