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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만 팔로워’ 셀럽보다 ‘10만 팬덤’ 크리에이터가 낫다 [언박싱]
유통업계, ‘SNS 팬덤’ 강한 크리에이터 찾아
이마트24는 ‘김토끼 스튜됴’와 손잡고 계묘년 맞이 14종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관련 게시물. [‘김토끼 스튜됴’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지도가 높아도 자기만의 캐릭터가 없으면 제외 대상이에요.”

최근 편의점 MD(상품기획자)들에게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기획하면서 우선순위로 염두에 두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보다 팔로워 수가 훨씬 적더라도 팬층이 두터운 ‘크리에이터’가 더 선호된다는 의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SNS에서 팬덤을 거느린 ‘슈퍼 개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편의점과 백화점을 망라하고 슈퍼 개인과 협업한 기획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여기서 ‘슈퍼 개인’이란 단순히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중성이 다소 약하더라도 자기만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SNS 인게이지먼트(대화와 관여) 수치가 높은 크리에이터와 협업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영이의 숲’과 손잡고 ‘꽃카 디저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CU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7만여명인 ‘영이의 숲’과 손잡고 ‘꽃카’ 캐릭터를 활용한 디저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출시 4개월에 접어든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기록했다. 디저트 카테고리에서 캐릭터상품 매출 순위로만 보면, ‘포켓몬’ 시리즈 다음으로 꼽힐 정도다. 이마트24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16만명인 ‘김토끼 스튜됴’와 손잡고 김밥·도시락 등 14종 협업 상품을 차례차례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처음으로 대체불가토큰(NFT) 갤러리를 연 롯데백화점은 첫 전시전에 SNS 팬덤력을 갖춘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김소연 CU 스낵식품팀 MD는 “꽃카 디저트 시리즈는 20대가 아닌 10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SNS에서 떠오르는 신진 작가의 캐릭터가 상품 내 스티커로 동봉돼 있어 Z세대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감성을 특히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은 이마트24 딜리셔스랩팀 MD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김토끼 캐릭터가 특히 토끼해를 맞아 고물가와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Z세대에게 위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가 점찍은 협업 파트너들은 수십만명, 수백만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한 셀럽(유명 인사)보다 그 숫자는 적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팬덤을 확보한 ‘크리에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송혜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취향·신념·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초개인화를 경험한 Z세대 소비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캐릭터를 정교하게 발전시키고자 노력한다”며 “더 선명하고 입체적인 나를 찾기 위한 이들의 수요에 맞춰 상품 구색도 다양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패션업계의 경우, 스타일이 분명하면 일반인이라도 룩북 모델이나 패션쇼 런웨이에 세우는 사례가 있다. 셀럽이라도 패션 브랜드가 추구하는 결과와 배치되면 ‘브랜드 뮤즈’로 기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겸비한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 유통업계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이 같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구애’는 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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