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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상승 충격후 ‘출산율 하락’ 속도 빨라진다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8의 경고]
국토硏, 매매가격-출산율 상관관계 분석
집값 1% 오르면 7년간 0.014명 감소
“아이 한명 키우는데 6억...집이 먼저예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육아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임신 출산 용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 아이 하나를 둔 결혼 4년차 30대 신혼부부 A씨는 둘째를 낳아야 할지 고민이다. 당초 아이 계획은 두 명이었지만, 무주택자인 상황에서 둘을 기르기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집을 사면 둘째를 낳자고 이야기했는데,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금리까지 높다”며 “전세대출 이자내고 생활하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요즘 아예 하나만 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3년 전 경기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20평대 구축 아파트를 매매한 신혼부부 B씨는 아이를 낳는 것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B씨는 “아이를 낳으면 30평대는 가야 할 텐데 지금 대출금을 갚는 것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 빚을 내 평수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애는 무슨, 둘이 여기서 사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겠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아이 한 명을 낳고 기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6억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수록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거가 불안정할수록 자녀 출산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연구결과로 증명된 셈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부모급여로 만 0세 아동은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은 35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고, 2024년부터는 급여 금액이 늘어 만 0세 아동 부모는 월 100만원, 만 1세는 월 50만원을 받도록 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30일 국토연구원이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의 종합주택 기준 전국 매매가격과 출산율(합계출산율)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에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시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로 4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했으며, 6년 연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최근들어 더 유의미 해지고 있다. 조사결과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주택가격 상승 충격에 따른 출산율 하락 반응이 빨라지고 반응의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도 주택가격 상승은 당해연도 합계출산율의 감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은 전년도 주택가격이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즉 2021년 주택 가격 상승폭이 컸으므로, 지난해 출산율이 상당히 감소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2021년 집값 상승률(연간 변동률)은 9.93%으로 2006년(11.58%)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변동률을 반영해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약 0.02명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한번 상승한 충격은 향후 최장 7년까지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1% 상승에 따라 7년동안 합계출산율은 약 0.014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10% 상승했다면 이후 7년간 합계출산율은 0.14명 감소하는 상황인 것이다.

집값 상승이 출산과 연관성이 점차 커지는 데는 출산을 담당하는 가계가 자산 축적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기 때문이다.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대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원리금 상환을 위한 지출이 필요하다. 여기에 출산 이후에도 꾸준히 양육 비용이 발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국민이전계정’을 보면 26세까지 아이를 키우는데 1명당 6억1583만원(개인 3억4921만원, 정부 등 공공부문 2억6662만원)이 필요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예산제약이 존재하는 보통의 가계는 출산과 주택가격 간에는 상충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 주택가격의 상승은 출산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며 “우리나라가 1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와 함께 사교육비 부담의 감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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