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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냐, 무신사냐…어쩌다 둘은 ‘물밑 전쟁’ 벌이게 됐나 [언박싱]
D2C 시장 확장을 꼽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국내 패션 생태계 활성화를 내건 한문일 무신사 대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기 패션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한 네이버와 무신사 간의 대립이 맞부딪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어쩌다 검색 기반 연결의 가치를 화두로 내세운 네이버와 온라인 패션 브랜드 생태계 새 판을 짠 무신사가 충돌하게 됐을까.

두 기업 간 갈등은 올해 초부터 특히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양사 모두 입점 브랜드가 자사 플랫폼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도록 공식 홈페이지 구축 등을 적극 지원, 브랜드 ‘락인(Lock-in)’ 전략을 더욱 강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자사몰 만들래” 인기 브랜드사, 줄줄이 ‘플랫폼’ 뜬다

6일 한 패션 브랜드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판매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온라인 직접판매(D2C) 비중을 키우는 패션업계에서 특히 네이버와 무신사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상품 판매 전략을 세울 때 네이버냐, 무신사냐 선택지를 두고, 한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양사 세부 가이드라인이 달라 사업 계획을 아직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광고 장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오픈마켓 네이버와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데는 수익성 증대를 위한 두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 이익을 방어하려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브랜드 스토어 확장으로 외형 성장을 꾀하는 오픈마켓 네이버와의 충돌이 승패가 쉽게 결론나기 어려운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패션 생태계를 바꾼 무신사가 뼈아픈 대목은 한 가지다. ‘될 성 부른’ 신생 브랜드가 무신사에서 수백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뒤, 무신사를 떠나 자사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이들 대다수가 브랜드 충성도(로열티) 높은 고객들”이라며 “이들은 식음료 시장과 달리 브랜드를 좇기 때문에 자사몰 유입율이 높다. 어느 정도 팬덤이 형성되면 패션 브랜드사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신사가 국내 여성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 일본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무신사 제공]

패션업계 관계자도 “너무 대중적인 상품이 돼 버리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외형 성장보다 수십억원대 매출 수준에서 더 이상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브랜드도 많다”라며 “디자인과 철학을 중시하는 게 업계 특수성이기 때문에 때론 무신사 입점이 독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무신사는 생산 자금 지원, 콘텐츠 마케팅 등 브랜드 성장 지원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브랜드 기획 상품을 무신사에만 단독 판매하는 계약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는 마르디 메크르디에가 일본에서 성장하도록 일본어로 된 공식 홈페이지 구축을 지원해 현지 공략을 추진한 바 있다. 이는 마르디 메크르디 상품이 자사몰, 무신사(위탁), 29CM(위탁) 이렇게 3곳에서만 판매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네이버 “판매 데이터 줄게” VS 무신사 “해외 진출 지원해줄게”
네이버쇼핑 패션타운. [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네이버가 이커머스 왕좌 자리를 두고 쿠팡과 격돌하면서 튀어나왔다. 네이버는 쿠팡과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 솔루션을 꺼내들었다. 이커머스 시장 내 D2C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입점 브랜드사에게 ▷주문 데이터 ▷물류사 재고 ▷택배사 배송 등 데이터를 제공하는 브랜드 스토어 확장을 커머스 사업 핵심으로 칼을 빼들었다. 브랜드사의 D2C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 네이버쇼핑 내 공식 브랜드관 입점을 선점한다는 복안이 깔렸다.

특히 지난해 말 문을 연 네이버의 패션전문 버티컬 ‘패션타운’ 내 브랜드 직영관에서 이 같은 브랜드 스토어 입점이 활발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로 브랜드 직진출 채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국내 커머스 시장의 D2C 흐름이 더 적극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가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중에서 위조 상품을 가장 많이 유통하는 ‘가품 천국’이라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에는 ‘커스텀(맞춤제작)’이라는 키워드를 악용해 가품을 마치 정품처럼 판매하는 사례가 늘었다. 공정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인 네이버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거래 당사자 간 알선을 대가로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에 고시만 하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 가품이 유통되는 네이버에서 브랜드사가 직접 브랜드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이 차후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 입점을 유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9%로 강력한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신세계, 카페24 등 물류·유통·독립몰(D2C)업계와 잇달아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공룡 이슈’를 풀고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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