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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라고 손님 낚시? 두시간 헛짓”…‘한우 반값’ 진짜 맞나요? [언박싱]
“반값? 실제 할인율 5%” 상술에 소비자 볼멘소리
늦게 도착해 ‘반값 한우’를 구매하지 못해 대체 할인 상품을 둘러보는 소비자들.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소고기 도매가는 이미 떨어졌잖아요. 그런데 ‘반값 할인’ 한다고 생색을 낸 거네요. 선착순으로 몰리면서 정작 반값으로 사기도 쉽지 않아요. 상술에 당한 기분입니다.”

28일 오후 2시께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을 둘러본 직장인 송모(42) 씨는 이처럼 말하며 혀를 찼다. 송씨는 전국한우협회가 대형마트·한우영농조합법인과 손잡고 3월 4일까지 ‘반값 한우’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문구에 끌려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상품 가격을 확인해 봤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소고기는 반값이 아니었다. 할인율은 대략 20%에 불과했다. 반값에 훨씬 못 미치는 5%, 7% 할인 제품도 판매 중이다. 송씨는 “‘대대적 할인가’라고 홍보한 금액이 평소 할인가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 속은 기분이 들었다”며 “고물가에 ‘반값 할인’ 마케팅 문구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값 한우’ 할인 페이지에 접속했으나 정작 반값 한우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정아 기자

관련 업계와 소비자에 따르면 고물가 시대에 맞춰 국내 유통업체가 ‘특별할인 혜택’을 내세워 판촉 행사에 들어갔지만,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반값 상품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용 상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대형 식자재마트 A사를 찾았다는 윤모(52) 씨는 “헛걸음을 했다”고 했다. 윤씨는 “반값 한우 광고를 보고 새벽 6시에 마트에 갔다”며 “(매장 오픈까지) 2시간을 기다렸는데 (직원에게) 오늘은 20% 할인 상품만 있다고 뒤늦게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매일 매장마다 세부 할인율이 달라 한우협회에서 내건 광고가 아닌, 각 마트 측에서 만든 온라인 전단을 확인하라고 하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각종 할인 마케팅 문구. 윤병찬 PD
각종 할인 마케팅 문구. 윤병찬 PD

일각에서는 반값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구매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소고기 반값 혜택을 누리게 됐다는 이모(35) 씨는 “1인당 판매 최대량인 불고기 2㎏을 사게 됐다. 가족까지 동원해 최대 8㎏까지 구했는데, 정작 사고 보니 이렇게까지 많이 살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속내를 비쳤다.

19일 아침 식사 전 댓바람부터 1시간을 기다렸지만 끝내 반값 한우를 사지 못했다는 박모(44) 씨는 “바로 눈앞에서 물량이 동이 났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빈손으로 돌아가긴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사야 할 것 같다”라며 “‘반값 마케팅’이 오히려 씀씀이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1개에 1000원 하는 상품 옆에 상품 3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한다면 소비자의 손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대부분 할인율을 고려해 묶음 상품이나 대용량 제품으로 손이 가기 마련이다. 소비자는 예상보다 돈을 더 쓰고도 제품을 덤으로 얻어 이익을 봤다고 생각한다. 반값의 역설이다. 이는 소비자의 지갑이 꽁꽁 닫힌 최근 들어 ‘2+2’ 구성 제품이 부쩍 많아진 편의점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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