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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거품 뺀 ‘100년 주택’ 지으면 서울집값 잡힐 것”
부동산침체기 반값 아파트 대흥행
임대주택 편견 타파...고급화 추진
강남 구룡·성뒤마을도 공급 진행
서울 집값 조정에도 여전히 비싸
미분양 매입, 원가공개땐 응할 것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7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부동산 침체기. 최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고덕강일3단지 청약에 2만명 가까운 이들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40대1. 청년의 경우에는 1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명 ‘반값아파트’의 대흥행에 서울 시민들의 시선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로 쏠리고 있다. 반값아파트를 ‘100년 주택’이라 재정의하며 이를 올 한 해 ‘히트 상품’으로 키우겠다고 자신하는 김헌동 SH공사 사장을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본사에서 만났다.

-20년 넘게 시민운동가였다 공기업 사장에 도전했다. 어떤 각오였나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공기업사장으로 와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가졌다. 하지만 맥이 같았다. 시민운동이 시민을 대변하는 일이라면 공기업 사장은 주주인 시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임무다.

타이밍이 맞아 잘 해낼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다. 2021년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뛰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평소 주장했던 정책과 오세훈 시장이 과거 시장 시절 추진했던 방향도 잘 맞는다고 봤다. 또 윤석열 대통령도 정계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만나 긴 대화를 했는데, 그날 윤 대통령이 ‘주택 공기업 기득권 카르텔 타파, 청년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나라’ 등을 이야기 했고, 약속을 지킬 것 같았다. 그분들이 스스로에게,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면 집값은 안정될 것이고 정책 성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지난 1년 SH공사가 한결 우수하고 우량한 공기업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취임 후 점수를 매기자면 95점이다. 이만큼 성과를 만들어낸 SH 직원들에게는 120점을 주겠다.

-후한 점수를 주셨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책을 펼쳐서다. SH는 국민 80~90%가 원하는 정책만 한다고 자신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89% 국민이 지지해 SH는 1년 넘게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시민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 ‘아파트라는 게 건축비가 이정도 들어가고 원가가 이렇게 구성 되는구나, 이 정도 가격이면 내가 집을 사도 되겠구나, 이 정도 가격에 사면 내가 크게 손해 볼 일은 없겠구나’라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데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면서 원가 구성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나.

SH가 서울 시내 가장 위치가 좋다는 강남과 서초에 분양한 것을 보면 전용 59㎡(약 25평) 기준 건축비는 모두 2억 미만이다. 토지비는 1억원 정도 된다. 즉 강남과 서초구에 이 아파트를 지으면 원가가 3억원이다. 우리가 4억~4억 5000만원에 분양을 해서 대략 25%에서 30%의 이익을 남겼다고 알리면, 사람들이 과연 경기도의 10억대 아파트를 살지 궁금하다.

앞으로는 아파트 짓는 과정을 주기적으로 생중계해 시민들이 볼 수 있게 하겠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 원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세부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해 아파트 공정 과정별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알리고 싶다.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반영되도록 하겠다. 앞으로 그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아파트를 살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공주택 고급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공공주택의 고급화란 무엇인가.

▶서울 시민에게 물었을 때 아파트 거주자 80%, 주택 거주자 90%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한다. 그래서 건물울 부수고, 다시 짓고 싶어한다. 그건 고급화가 아니다. 100년을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어야 한다. 자재부터 시공까지 최고급으로 써서 서울숲 아크로포레스트와 같은 아파트를 지어 나가겠다.

특히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의 경우 완공이 되면 직접 보고 판단해도 된다. 땅을 확보한 곳에 사전예약하고 30개월 후에 분양가가 확정된다. 이번 고덕강일3단지도 3억5000만원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해약해도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여전히 임대 주택에 불과하다는 지적, 그리고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도 상존한다.

▶집이 있어도 돈이 없어 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상환하고, 세금을 내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그것은 온전히 자기 집인가. 전세를 내줘서 집을 가지면 그게 자기 집인가. 서울 유명 아파트 중 집주인이 거주하는 비율이 채 절반이 안되는 아파트도 많다. 주택은 임대용과 판매용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

소셜믹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단독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일부를 쓰고 세를 준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그랬다. 임대주택, 분양주택 나누지 않아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같이 살면 그 자체가 소셜믹스라고 생각한다. 임대주택이라는 용어 대신 공공주택이라 불러줬으면 한다.

그런데도 공공주택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이들에 낙인을 찍어 아이들까지 상처를 주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게 더 좋은 집을 지어야할 이유다. 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이 민간보다 더 좋아 공공임대주택에 서로 들어가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

-토지임대부는 건물만 분양한다. 토지에 내는 임대료를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토지임대부의 경우 분양주택이기도 임대주택이기도 하다. 땅은 필요한, 활용할 사람만 사면 된다. 나는 땅은 필요 없다. 건물 소유권만 원한다는 무주택자들이 SH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매달 내는 월세(토지임대료)가 귀찮다면 보증금형을 선택하면 된다. 건물값에 보증금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고덕강일3단지의 경우 약 1억4000만원 정도 보증금을 맡기면 월세를 안 내도 된다.

토지임대부는 앞으로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올 한 해는 100년 주택, 반값 아파트를 최고의 히트 상품화시킬 계획이다. 누군가 서울에 더이상 땅이 없다 말한다.

하지만 마곡, 위례, 은평, 서초, 강남 등 서울 곳곳에 우리가 동원 가능한 토지 택지가 많다. 우리가 우선 보유하고 있는 땅부터 하나 하나 시작해 나가겠다. 이 프로젝트가 잘되면, 시로, 전국 국공유지로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기도지사 시절에 기본주택을 언급한 만큼 야당도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룡마을, 성뒤마을 등 강남권 공공개발은 어떻게 진행 중인지

▶노후 계획 도시 특별법이 통과돼 30년된 계획 도시인 경기도를 다시 짓겠다면, 서울도 용적률을 높여줘야 한다. 용적률을 올려주면 100년 주택 설립에 큰 도움이 된다.

구룡마을과 성뒤마을 등 강남권 공공개발도 여건이 조성되면 친환경 고품격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속도감 있게 추진을 해서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분양 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일반 분양, 건물 분양 뿐만 아니라 공공주택도 짓고 다양하게 공급을 진행하겠다.

-최근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 서울 집값, 여전히 비싸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서울 시내에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품격있는 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100년 주택을 거품을 뺀 가격에 이곳 저곳에 내놓으면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서울에 3억원에서 5억원 사이 건물 분양 아파트가 계속 쏟아지면 경기도의 아파트 값은 어떻게 되겠나. 민간 분양가와 아파트값도 다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충분히 많이 싸진 가격’이라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지난 5년간 서울 집값이 폭등할 때 SH가 제 역할을 못했다. 싸고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될 회사가 비싼 값으로 매입만 했다. 매입은 SH 원가 수준에 넘기겠다면 사겠다. 도저히 안 팔리는 상황에서 원가를 공개하면 사겠다는 것이다.

정리=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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