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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협정 잉크도 아직 안말랐는데...러,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中 ‘뒤통수’
21일 중·러 공동성명 ‘휴지조각’ 되나 비판
블룸버그 “習주석 개인적 모욕으로 여겨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평화 프로세스 전환’을 내세우며 러시아를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러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전날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계획을 밝힌 것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대와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10대의 항공기를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며 오는 7월 1일까지 저장고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핵 배치 계획은 지난주 시 주석과 함께 서명한 중러 공동성명 약속에 어긋나는 행보다. 불과 며칠 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핵 확산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프로세스로 전환하도록 설득했다. 두 정상이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 보유국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이미 배치된 핵무기는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 정상은 서로를 ‘친애하는 친구’라 부르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고, 서방은 중국이 주도하는 평화 협정이 ‘휴전’이 될까 우려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중국으로 돌아간지 겨우 사흘만에 푸틴 대통령이 정반대 행동으로 보답하자 외신들은 중국과의 대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였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이를(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기고 모스크바에 있는 ‘친구’와 좋은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며 비꼬았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웃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모스크바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를 중재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번주와 다음주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의원회 위원장을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들에서 중국의 최근 평화협정 제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셉 보렐 EU 외교 정책 책임자는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 하루 전인 24일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이 핵전쟁 위험을 줄였다”고 칭찬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우천밍 위완왕군사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전략적 딜레마를 이해하지만, 러시아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중국에 완전히 개방적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또 “러시아의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는 모스크바와 서방 간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평화 회담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중국은 분명히 대화를 추진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지만 푸틴은 계속 더 많은 지렛대를 얻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이 유럽의 평화 중재자로 나서기 전에 러시아와의 관계부터 재확인 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두 나라의 우정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새로운 영향력을 이용해 푸틴을 광기에서 벗어나도록 설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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